'서울판 살인의 추억' 정남규, 항소심에서도 사형 구형
지난 2004년 1월부터 서울 영등포·관악·구로구, 경기 부천·군포시 등 서울 서남부 노약자 등을 노린 살인 사건이 잇따라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서울판 살인의 추억’이라는 말도 돌았다.
지난 4월 22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주민 신고로 붙잡힌 용의자 정남규(37)씨는 모두 24건의 살인·강도 범행으로 13명을 숨지게 하고 20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지난 11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고 지난 12월 항소심에서도 역시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정작 정남규 본인은 죄를 뉘우치지 않는 것으로 보여 주위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항소심에서 “불만이 많아”라고 외치며 검사석으로 돌진한 것. 다행이 교도관들에게 붙들려 퇴장 당했지만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자기 잘못도 모르는 인간 죽여서 무엇하겠느냐. 차라리 평생 감옥에서 고통 받게 하라”는 등 분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연쇄살인범 정남규는 인연도 원한도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이른바 이상(異常)동기 범죄자였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무조건적인 연쇄살인에 시민들은 공포로 떨어야만 했다.‘제 2의 유영철’이라고도 불리는 정남규는 수법과 대담성만큼은 선배(?) 살인마인 유영철을 능가했다. 2004년 1월부터 관악구 봉천동 세 자매 살인, 경기 부천시 초등생 2명 납치살인 등 13명의 목숨을 빼앗은 정씨는 완전범죄를 꿈꾸며 체력단련을 하고 관련 자료를 모았다. 범행 장소 또한 2004년 길거리에서 2005년 주택 등으로 바꿨고 범행도구 역시 달리 사용했다.정 씨에 의해 피해를 입은 봉천동 가정의 경우, 큰딸(24)과 작은딸(22)을 한 번에 잃었다. 중학생인 셋째 딸(14)은 둔기로 머리를 맞아 100일 가량 입원치료를 받고 지난 6월 퇴원했지만, 아직도 한 달에 한 번씩 신경정신과를 찾을 정도로 상처가 깊다. 막내는 끔찍한 장면을 목격, 정신적 충격을 받아 셋째 딸과 심하게 다투는 일이 잦다고 한다. 그 와중에 이들의 아버지는 용의선 상에 올라 심하게 조사를 받았다. 부인(48)도 외출을 거의 못할 정도로 사람을 두려워한다. 집을 팔아 돈을 마련하려고 해도 살인사건이 난 주택인 탓에 팔리지 않았다. 단란했던 가정이 죄책감도 모르는 한 살인마에 의해 풍비박산이 나버린 것. 피해자들은 아직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