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 “권위주의 3김의 총재정치 이어받는 GT,DY”
노선투쟁 본격화시, 대선 승리 ‘물건너갔다’ 전망도
“노 대통령과는 이미 다리를 건넜다. 정동영 전 의장과 손을 잡아봐야 영양가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근태 의장 혼자서 백날 고민해봐야 열린우리당으로는 답이 없다. 통합신당을 창당해도 들어올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더 늦게 전에 분당을 사과하고 민주당으로 들어가는 게 낫다. 따지고 보면 그 곳이 김근태 의장이 원래 있어야 할 자리다.”(열린우리 A 의원)
“김근태 의장은 어디로 갔는가. 취임하자마자 빅딜로 재계와 손잡고,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인 기간당원제를 파기시켜 당원들의 불만을 사고, 대선주자로서의 지지도는 약간 오르는 듯 싶더니 결국 정동영 전 의장에게 다시 밀리고, 강봉균 정책위의장으로부터 공격을 당하고, 이제 김근태의 손을 아무도 들어주지 않고 있다.”(열린우리 당원 B씨)
“GT와 DY가 신당 창당에 원칙적인 합의를 했지만 그것은 원론적 수준의 것이지 디테일로 들어가면 두 진영의 의견 차이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정동영의 신당에 대한 스텐스가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마음은 신당을 하고 싶으나 몸은 그럴 수 없는(대통령과 함께 해야 하는), 몸과 마음이 따로 움직이는 그의 정치적 입장 때문이다.”(한 인터넷 논객의 글)
“둘이 만나 신당추진에 관해 합의문까지 내놓았다. 그런데 합의문을 보니 쓴웃음도 나오지 않는다. 한 사람은 前 당대표, 다른 한 사람은 현직 지도자다. 백 번 다 양보해도 그들이 입만 열면 말하는 책임정치는 어디 갔는가. 열린우리당이 망가질 동안 두 사람은 달나라에서 살다 오셨나, 책임이란 개념은 달나라 토끼에게 맡겨놓고 오셨나?”(열린우리 당원 C씨)
열린우리당 일각에서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이 정계개편 논의의 전면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통합신당을 추진을 둘러싸고 당내 노선투쟁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당이 더욱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당-청 갈등’에도 불구하고 신당 창당은 순탄할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 달리, 열린우리당 최대 주주격인 두 사람에 대한 당내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형국이다.정계개편 논의 과정에서 두 사람이 ‘뒤로 물러나야 한다’는 이 같은 반발여론은 이른바 ‘2선 후퇴론’인데, 사실상 ‘(정계에서) 물러나라’는 정치적 입김으로 해석돼 두 사람이 신당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신당의 향후 진로는 가시밭길 이상의 험난한 진통이 예상된다.
GT,DY 지지율 합쳐도 ‘최악’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근태의 경우 대선 주자 당선가능성은 0.4%, 차기 대통령 적합도는 1.3%로 나타났으며, 정동영은 대선 주자 당선가능성이 0.9%, 차기 대통령 적합도는 2.0%에 머무는 등 사실상 대권후보로서 자격을 의심받고 있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가장 최근 GT와 DY를 향해 ‘2선 후퇴론’이라는 비수를 날린 쪽은 당내 보수실용파를 대변해오면서 김근태 의장과 꾸준히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강봉균 정책위의장. 강 정책위의장은 지난 5일 “지금까지 목소리를 내온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목소리를 낮추든가 2선으로 물러나든가 해야 한다”며 김근태 의장 등 현 지도부를 정면 비판했다. 강 의장의 이 발언은 언어상으로 ‘점잖게’ 표현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물러나라’는 뜻으로 정치권은 해석하고 있다.확실한 총대는 열린우리당 김두관 전 최고위원이 짊어졌다. 그는 앞서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김근태 의장을 중심으로 한) 비대위가 당헌을 마음대로 개악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비대위의 불법적 행위에 맞서 당원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싸워나가겠다. 통합신당 저지투쟁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말했다. 비대위가 ▲중앙위원을 선출하는 시.도당 대회를 치르지 않으려 하고 ▲일방적인 기초당원제 도입과 함께 청년당원의 나이를 45세로 상향조정해 간선제로 청년중앙위원회를 구성하려고 하는 등 당원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불법적으로 개정한 당헌을 바탕으로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을 부정하는 ‘불법’ 전당대회를 개최하려 해 반드시 무산시키겠다는 것이다.비대위, 상식 이하로 행동한다?
김두관 전 최고위원은 “비대위는 대권후보의 계파를 정파로 규정해 상식 이하의 전당대회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는 마치 화합형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말했다.친노, 반노 모두 “2선 후퇴” 목소리
‘백의종군’, 즉 정계은퇴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목소리까지는 아니지만, 우리당 내 진보개혁 진영 일각에서도 전.현직 의장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개혁성향의 한 재선의원은 <매일일보>과의 통화에서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과의 회동을 보고, ‘권위주의 3김의 총재정치를 어쩌면 저리도 빼다 박았을까’하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두 사람의 만남에서 한국정치의 고속발전을 따라잡지 못하는, 일종의 문화지체현상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김 의장과 정 전 의장이 구시대 정치적 폐해들을 청산하고 구시대 막내로서 역할과 본분을 다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하고 권력누리기에 급급해 구시대 보스들의 흉내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친노(親盧)그룹도 마찬가지. 실용파로 불리우는 열린우리당 김종률 의원은 4일 “정동영·김근태 전·현직 의장은 정계개편 논의에서 손을 떼고 2선으로 후퇴해야 한다”고 말했다.범여권 통합의 주요 파트너인 민주당도 두 사람에 대해 2선 후퇴를 끊임없이 강요(?)하고 있다.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우는 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지난 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이 ‘국민의 신당’ 창당에 합의한 것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피력한 뒤 “현 정부의 국정 운영에 상당한 책임을 갖고 있고, 또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인 두 사람은 이에 대해 반성하고 정계개편 논의에서 2선으로 물러나 있겠다는 의사 표시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2선 후퇴 의사표시 할까?
범여권의 대권후보로 주목받고 있는 고건측도 ‘2선 후퇴론’에 가세했지만 비난의 대상은 정동영 전 의장. 얼마 전 정동영 전 의장측에서 “고 전 총리가 정계개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열린우리당을 흔들고 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고 전 총리측은 “2선 후퇴론은 고 전 총리와 가깝지 않은 의원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는 만큼 여당 내부 분란의 책임을 외부로 돌리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반박했다.범여권에서 이처럼 ‘2선 후퇴론’이 확산되면서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두 사람은 ‘국민의 신당’ 창당을 위해 손까지 맞잡은만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2선 후퇴론’에 대해 기죽지 않겠다며 즉각적으로 반격을 가하면서 ‘난타전’이 예상된다.김 의장은 지난 5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어려울수록 기본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맡은 소임을 회피할 생각도 없고 반칙할 생각도 없다. 공명정대하게 하면 된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는 ‘2선 퇴진’ 요구를 일축했다.정 전 의장도 이날 MBC 라디오프로에 출연 “나는 현재 백의종군하는 입장이다. 누구는 되고 안되고를 재단할 권리를 부여받은 사람은 없다”며 2선으로 물러난 생각이 없음을 내비쳤다.노선투쟁 본격화시 자멸 가능성
한편 ‘2선 후퇴론’을 주장하는 측과 이를 거부하는 측의 맞대결을 두고 일각에서는 외부세력의 “우리당 흔들기”로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당내 노선투쟁이 시작된 것으로도 보는 경향이 높아 열린우리당이 전당대회를 열기도 전에 자멸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올해 대선에서 승리는 이미 물건너 간 것이 아니냐는 섣부른 판단도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