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3만 원'에 안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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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3만 원'에 안되겠니∼
  • 권민경
  • 승인 2007.01.12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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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기능 갖춘 수출용 저가폰, 국내엔 없나?

<중소 제조업체, 3만 원짜리 휴대폰 인도 수출>
<내수유통망 장악 이통사, 저가폰 달갑지 않아>

최근 세계 휴대폰업계의 주요 흐름 중 하나는 '저가폰 시장의 확대'에 있다.

중국, 인도 등 신흥 경제대국이 급부상하면서 이들 시장을 겨냥한 저가 마케팅의 중요성이 커지자 모토로라나 노키아 등은 40달러(4만원 이하)안팎에 불과한 초저가폰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휴대전화 강국이라는 우리나라의 경우 여전히 저가폰 보다는 판매마진이 높은 프리미엄 고가폰 생산, 판매에 주력하고 있는 실정.

해외시장에서의 여건은 제쳐두고라도, 국내에서의 저가폰 공급은 어떠할까.

현재 내수시장에서 휴대폰 평균 가격은 35-37만원 사이를 오간다. 인구의 75%에 달하는 3천600여 만 명이 휴대전화를 필수품으로 사용하고 있는 국내 상황에서 몇 십만원에 달하는 가격은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물론 이용자 가운데 상당수의 젊은 층은 다양한 기능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무장한 고가폰에 지갑을 열고, 평균 18개월마다 최신 휴대폰으로 바꾸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기본적인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 정도의 기능만 갖춰져 있는 휴대전화를 찾는 주부, 노인 등도 다수 존재하는 것이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대폰 대리점에서는 좀처럼 저가폰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서울에 사는 주부 배모씨(54.여)는 가정일 외에 바깥 활동이 많지 않아 그동안 휴대폰 없이 살아왔다. 별다른 불편은 느끼지 못했지만, 친구들이 휴대폰으로 약속을 잡고, 명절, 연말 등에 서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걸 보며 자신만 소외되는 느낌을 받아 휴대폰을 장만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대학생 아들과 함께 휴대폰 매장을 찾아간 배씨는 그러나, 몇 십 만원에 달하는 가격 때문에 구입을 미뤄야했다.

배씨는 "40∼50대 주부들은 잘 쓰지도 않는 복잡한 기능들을 만들어놓고 비싸게 팔고 있다"며 "나이든 사람들을 위해 기본적인 통화기능만 있는 휴대폰도 갖춰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경기도에 사는 직장인 이모씨(31.여)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얼마 전 쓰고 있던 휴대폰을 분실해 새 휴대폰을 구입하러 집 근처에 있는 대리점 몇 곳을 둘러본 이씨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혀를 내둘렀다. 보조금을 받아 10만원 선이면 적당한 휴대폰을 구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

그러나 매장에 비치된 휴대폰의 대부분은 30만원을 웃돌았다. 시간적 여유도 없었고, 당장 휴대폰이 필요했기에 결국 이씨는 24개월 할부로 40만원 가까이 하는 고가의 휴대폰을 구매했다

이씨는 "통화하고, 문자보내는 정도 외에는 크게 사용하는 기능도 없는데,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비싼 돈을 주고 새 휴대폰을 살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이것저것 많은 되는(기능이 있는) 휴대폰도 구입해서 한, 두 달만 지나면 생각만큼 사용하지 않게 된다"면서 "이제는 기본적인 기능만 잘 갖춘 합리적인 가격의 휴대폰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3만 원짜리 수출용 저가폰... 국내에서는 어디 없나? 

▲ <로즈텔레콤의 30달러짜리 수출용 저가폰, 클래식631>
최근 국내 중소 휴대전화 업체 가운데 하나인 로즈텔레콤이 인도에 30달러짜리 초저가 휴대폰(모델명: 클래식631)을 수출해 업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로즈텔레콤은 인도의 최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이통사업자인 릴라이언스에 오는 2009년까지 30달러, 우리 돈 3만원 가량의 초저가폰 600만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에 수출 계약을 성사시킨 '클래식631'은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음성통화를 포함해, 문자메시지와 500개 전화번호부 저장, 벨소리 다운로드 등 꼭 필요한 기능들은 두루 갖췄다.

로즈텔레콤의 수출 관련 보도가 나간 직후 이 업체에는 저가폰을 어떻게 하면 구할 수 있는냐는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그럼에도 국내에서 팔리는 휴대폰 가격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1년 한 대에 평균 28만6천원이던 휴대폰 가격이 2004년에는 36만2천원, 2006년 상반기에는 평균 37만1천원으로 집계됐다.

그것도 평균가격에 불과, 실제 매장에 가보면 DMB기능을 갖춘 최신 제품들은 60만원을 훌쩍 넘기는 것도 많다.

물론 고성능 카메라, 뮤직, 게임 기능 등을 갖춘 최신형 휴대폰은 10대 청소년에서 20대의 젊은 소비자를 주 타깃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킬 만한 고급제품을 내놓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 또, 소위 '얼리어댑터'라고 불리는 이런 젊은 소비자층이 국내 휴대전화 기술 발전에 큰 몫을 해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배씨와 이씨의 경우처럼 기본적인 전화와 문제메시지 정도의 기능만을 원하는 소비자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에서 휴대폰 대리점을 운영하는 정모씨는 "학생들에 비해 많지는 않아도, 통화품질만 잘 갖춘 저렴한 제품을 찾는 사람들도 꽤 있다"며 "저가폰을 찾는 사람은 대부분 40∼50대 중년층인데, 요새는 20∼30대 젊은 사람들 중에서도 저가폰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통사, 무선데이터 수입 짭짤, 저가폰 NO

그렇다면 합리적인 가격에 사용하기도 편리한 저가폰. 이에 대한 수요에도 불구하고 왜 국내시장에서는 저가폰의 유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국내 휴대전화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는 대형 이통사들이 저가폰의 보급을 꺼리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한다. 이통사는 해마다 초고속 무선데이터 이용 요금으로 몇 천 억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고, 이 때문에 무선데이터통신망 구축에 거액의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정도의 기능만을 갖춘 저가폰이 달가울 리 없는 것이다. 그러니 소비자들은 매장을 찾아도 저렴한 휴대폰을 구매하기 어렵게 되는 것.

여기에 휴대전화 보조금 정책으로 거의 공짜에 최신제품을 살 수 있는 시장 구조 또한 저가폰의 보급을 막는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즉 합법적으로 인정되는 보조금에 대리점마다 암암리에 더해주는 불법보조금까지 합치면, 단 돈 몇 만원 혹은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에 휴대폰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대리점들의 '보조금'밀어주기는 저가폰의 공급을 어렵게 만드는 한 요인>

권민경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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