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보건복지부의 결혼사이트가 부모의 직업이나 재산, 학력으로 가입자들에 대한 등급을 매겨 결혼 상품화에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영희 민주당 의원은 복지부에서 예산을 지급하는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서 운영 중인 결혼전문사이트인 '결혼누리'()가 결혼대상자 간 매칭을 위해 가정환경과 학력을 등급화 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이 사이트는 인구보건복지협회가 건강한 출산양육환경조성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가정환경지수와 학력지수로 나눠 부모의 지위나 재산여부, 학력에 따라 결혼 대상자를 등급으로 매기고 결혼 상품화에 앞장서고 있다고 최 의원은 지적했다. 최 의원에 따르면 부모가 고위공무원이나 대학교수, 치과의사, 대기업·은행 임원이면 최고등급인 A등급을 주는 반면 농업·임업·축산업, 생산기능직, 개인기업 등은 최하등급인 G등급으로 평가했다. 가정환경지수는 학력은 대졸~대학원졸, 재력은 20억 이상, 가족환경은 부모 모두 살아있어야 A등급으로 분류된다. 재력이 5000만원 미만~4억 수준, 학력은 국졸~고졸, 편모·편부·양친부재는 최하등급으로 분류된다. 학력지수는 의과대학, 카이스트, 서울·연세·고려대는 A등급, 수의학과나 경희대 한약학, 우석대 한약학, 서강대·한양대 등 서울 소재 우수대학은 B등급, C등급은 경인교육대, 경희대, 숙명여대, 국민대 등 서울소재 일반대학이었다.
D등급은 전남대, 한양대(안산), 홍익대(조치원) 등 서울우수대학 캠퍼스나 지방우수대학, 지방대는 F등급, 전문대졸은 G등급, 고졸은 최하등급인 H등급 등 모두 8등급으로 세분화 해 학력의 서열화를 조장했다. 이 사이트의 월 평균 가입자는 230명, 총 가입자는 2102명에 불과해 정부가 결혼지원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사실을 무색케 하고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는 1년에 8000~2만장에 이르는 5만원 상당의 '결혼지원 매칭이용권'을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 등에 배포하면서 홈페이지 가입을 유인해 사기업(㈜선우) 회원유치를 지원하고 있었다. 최 의원은 "일반 결혼중계사이트에서 학벌과 재산에 따라 사람을 등급화하는 것에 대한 비난이 들끓는 상황에서 오히려 정부가 부모의 직업과 재산, 가정환경, 학력에 따라 서열화에 앞장서고 있다"면서 "사람이 가축도 아닌데 이는 결혼 장려보다 오히려 부정적인 시각만 심어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질책했다. 이에 대해 진수희 복지부 장관은 "인구보건복지협회가 공정하고 바람직하게 결혼사이트를 운영한다고 생각했는데 시정조치 하겠다"고 해명했다.인구보건복지협회도 "초기 제작시 온라인 결혼지원사업에 경험이 있는 전문업체의 운영방식을 그대로 적용해 이같은 부분을 간과했다"면서 "향후 문제로 제기된 등급부분을 없애고 검색방법을 수정할 것"이라고 밝혔다.한편 이날 복지부는 '결혼사이트는 회원부모의 사회적 지위나 신분에 따라 등급화하고 있지 않다'는 내용의 긴급 해명자료를 냈다가 "사이트의 특성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기자들의 질타에 해명자료를 다시 회수하는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제휴사=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