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도읍기 시대 백제 산성과 축성방법 ‧ 유물 등 유사 / 현장 공개 8일 오후 2시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전라문화유산연구원이 조사하고 있는 전북 완주군 소재 배매산성이 한성백제 시대의 토성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7일, 문화재청이 밝혔다.완주 배매산성은 완주군 봉동읍 둔산리에 자리한 배매산(해발고도 123m)의 정상부를 둘러싸고 있는 테뫼식 산성으로, 성벽 주변에 있는 건물지의 성격을 규명하기 위한 발굴조사가 2000년에 한 차례 있었고, 지난 6월부터는 산성의 축조 시기와 축성 기법 등을 조사하기 위한 발굴조사가 새로 진행되고 있다.테뫼식(山頂式) 산성은 산 정상을 마치 테두리를 돌린 것처럼 7~8부 능선을 돌아가며 성벽을 쌓아 올린 산성을 말한다.이번 조사는 산성의 서쪽 성벽과 성 안쪽 지역 평탄지 일부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조사결과 토사(土沙, 흙과 모래)와 쇄석(石子, 부순 돌) 등을 이용한 삭토기법으로 성벽이 조성됐고, 성벽의 가장 아래층에는 성벽을 따라 열을 지어 목주공(木柱孔, 나무기둥구멍)이 나열되어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또한, 성 안에 있는 평탄지에서는 거칠게 다듬은 돌로 만든 배수시설, 석축열, 건물지와 배연(排煙, 연기를 뽑아 냄) 시설 등이 확인됐다. 삭토기법(削土기법)은 성곽이 축조될 기반층을 깎아내고 그 위에 다시 흙을 쌓아 성곽을 축조하는 기법을 말한다.유물로는 백제 한성도읍기 말기에 사용된 굽다리접시(고배, 高杯), 삼족토기, 계란모양의 장란형(長卵形) 토기 등 각종 토기류와 성을 쌓을 때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철부(鐵斧, 쇠도끼)가 나왔다. 이는 기존의 한성백제 유적지에서 나온 유물의 조합양상과 거의 일치한다. 특히, 굽다리접시와 장란형토기는 몽촌토성과 풍납토성 등 서울․경기 지역의 한성백제 유적에서 나온 유물과 같은 형태를 띠고 있다.또한, 성벽의 축성방법도 한성백제 시대에 쌓은 화성 길성리토성과 유사하다. 이와 같이 유물과 축성방법 등을 미뤄보아 완주 배매산성은 백제 웅진‧사비기 이전인 한성도읍기 말기에 축조된 것으로 보이며, 이렇게 되면 호남 지역에서는 최초의 백제 한성도읍기 토성라고 할 수 있다.이로써, 완주 배매산성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호남 지역의 한성도읍기 백제 산성의 축조기법과 축성방법의 변천 과정을 파악할 수 있고, 한성도읍기 백제의 영향력이 호남으로 확장되었던 당대의 역사적 사실을 밝혀줄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완주 배매산성의 발굴조사 성과는 오는 8일 오후 2시에 발굴현장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참고로, 이번 발굴조사는 문화재청이 ‘비지정 매장문화재’의 학술적 가치를 규명하기 위해 한국매장문화재협회에 지원한 학술조사 사업 예산으로 진행됐다. 발굴 현장은 전라북도 완주군 봉동읍 용암리 775번지 일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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