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김시은 기자] 현대백화점그룹이 국내 종합가구업체 2위 리바트의 지분인수에 나섰다. 뚜렷한 오너가 없는 이 회사를 두고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들이 지분인수에 나서자 업계 일각에서는 설왕설래다.
일단 동종 가구업체인 퍼시스가 지속적으로 지분을 매입하면서 경영권을 위협받자 현대백화점이 리바트의 백기사를 자청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리바트가 옛 현대그룹의 손자 기업인만큼 리바트의 독자적인 경영권을 지켜주기 위한 후방지원이라는 것.
그러나 다른 일각에선 최근 M&A에 열을 올리고 있는 범현대가(家)가 흩어진 계열사를 거둬들이기 위한 인수차원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매일일보>은 현대백화점그룹의 지분인수가 리바트에게 독이 될지 약이 될지를 취재해봤다.
리바트, 퍼시스 지분인수로 경영권 위기, 최근 현대백화점그룹까지 지분인수 나서
업계일각, 범현대家가 흩어진 계열사 거둬들이기 위한 인수 VS 현대측 묵묵부답
이후 종업원 지주회사로 재출범, 리바트로 상호를 바꾸고 지난 2000년부터 흑자체제로 돌아섰다. 매년 성장을 거듭한 리바트는 가구업계 2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지난 2007년에는 높은 실적을 올린 포상으로 전 직원에게 자사주를 연말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등 직원들에게 주인의식과 애사심을 높이기 위해 힘써왔다.
리바트 두고 퍼시스VS현대백화점그러나 이러한 승승장구 뒤에는 항상 경영권 위협이 내재돼 있었다. 리바트는 최대주주인 경규한 대표이사 지분율(11.07%)이 낮은데다 종업원 지주사여서 뚜렷한 오너가 없다는 점 등이 경영권 불안 요소로 상존해왔던 것. 사무용 가구업체 1위인 퍼시스도 이를 염두(?) 했는지, 리바트의 지분을 인수하기 시작했다. 퍼시스는 지난 2006년을 이후로 관계사(시디즈 8.89%, 일룸 4.32%)를 통해 리바트의 주식을 꾸준히 사들였다. 현재 퍼시스의 리바트 지분율은 13.21%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퍼시스가 리바트의 지분인수로 ‘종합가구회사’로 거듭나는 것은 물론, 가구업체 1위인 한샘의 아성을 무너뜨리려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현대백화점그룹이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와 롯데쇼핑을 통해 지분을 대거 사들이자 리바트를 놓고 퍼시스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지난 10월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그린푸드는 종전 8.05%에서 9.91%로 리바트의 지분율을 확대해 2대주주에 올라섰다. 여기에 롯데홈쇼핑이 26만500주(1.51%)를 신규로 사들이면서 현대백화점그룹측은 리바트 지분의 총 11.42%를 확보했다.경영권 ‘재위협’ 받는 리바트
그러나 다른 일각에선 최근 M&A에 열을 올리고 있는 범현대가가 흩어진 계열사를 거둬들이기 위한 인수차원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어 리바트의 경영권 위기에 대한 뒷말이 다시금 일고 있다. 일각에서 현대백화점그룹의 지분인수를 두고 리바트에게 독이 될지 약이 될지를 두고 설왕설래하는 것도 이 때문. 특히 리바트의 막대한 자산은 M&A에 눈독들이게 하는 요인 중의 하나다. 리바트는 경기도 용인 고속도로변에 부지만 5만평에 가까운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올 초 실시한 자산재평가에서 토지 장부가액은 공시지가 기준 301억원에서 782억원으로 크게 올랐다.현대백화점측은 단순한 투자목적이라고 하지만 현대백화점그룹이 장기적인 안목을 보고 지분을 인수했을 가능성이 크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008년 11월부터 리바트 주식을 사들였는데, 상반기 기준 수당 장부가 현 중가 수준일 정도로 투자수익률이 부진한 편이다.가구업계가 건설경기 중으로 매출이 정체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투자를 위한다는 현대백화점측의 답변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올 초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M&A를 통한 그룹 성장을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만약 리바트가 현대그룹에 다시 인수합병 될 경우 리바트는 그동안의 독자경영과는 다른 수순을 밟아야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설사 인수합병에 나서지 않는다고 해도 지분을 더 사들여 2대주주로서 리바트의 사업을 제한하거나 압박할 수 있다. 결국 현대백화점그룹의 갑작스런 지분인수는 오너경영이 아닌, 전문경영체제로 돌아선 리바트에게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단 분석이다. 하지만 현대백화점그룹측은 아직까지 ‘독’보다는 ‘약’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범현대가가 흩어진 계열사를 거둬들이기 위한 인수차원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묵묵부답이면서도 “리바트가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지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다.그럼에도 불구, 적자생존의 경쟁에서 한때의 ‘정’에 이끌려 막대한 자금을 쓰고 있는 현대백화점의 행보에 업계일각이 이상야릇한 눈길을 보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보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