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김경탁 기자] 6·25전쟁의 판세를 뒤집고 세계사의 흐름까지 바꾸어놓은 것으로 평가되는 1950년 8월의 ‘낙동강방어선 전투’가 2010년 11월 재현되고 있다. 국회든 실정법이든 거칠 것 없던 파상공세가 경남도 관할 ‘4대강 살리기 사업 낙동강 유역 13개 공구’에서 주춤해진 가운데, 정부가 사업권 회수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강수로 대응하면서 긴장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 여당 지도부는 16일 하루일정을 통째로 비우고 낙동강 함안보 건설현장으로 총출동해 전선의 사기를 북돋웠고, 이튿날인 17일에는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경남도청이 있는 창원으로 총출동해 최일선에서 싸우고 있는 김두관 경남지사를 응원했다. 4대강 예산 70% 삭감을 내걸면서 후방지원에 나서온 제1야당 민주당은 민노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야4당 지도부와 함께 19일 창원에서 열린 ‘낙동강사업 회수 철회 및 정부 규탄 도민대회’에 총출동해 싸움의 판을 키우고 있다. 1950년의 ‘낙동강방어선 전투’는 망명정부 수립을 고민할 정도로 극한에 몰려있던 대한민국 정부가 국군과 유엔참전용사들의 투혼으로 낙동강 방어선을 성공적으로 지켜냄으로써 반격과 인천상륙작전 성공의 발판을 제공해 단숨에 전세를 역전시킨 전투.
마찬가지로 여야 정치권은 이번 2010년판 ‘낙동강 방어선 전투’의 승패가 다가오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의 향배를 가늠할 시금석이 될 중요한 전략포인트로 판단하면서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일전을 벌이고 있다.
4대강 사업 경남도 사업대행권 회수 논란
국토부 “경남도, 사업 추진 의지 안보여 사업권 회수” 경남도 “사업 반대한 적 없어, 법·절차에 따라 진행중”
한나라당 “민주당과 김 지사, 사업성공 두려워서 반대한다” 이춘식 “4대강, 우리 생존과 연계…완공되면 야당 큰 타격”
국토해양부는 15일 “낙동강 살리기 정상 추진을 위해 경상남도에 대행협약 해제를 통보했다”며, “대행권을 위임받은 경남도 측이 여러 차례의 정부 요청에도 불구하고 일부 구간은 착공도 하지 않는 등 사업 추진 의지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경남도가 진행 중인 사업은 13개 구간에 공사비 1조 2000억원 규모인데, 이들 구간의 공정률은 16.8%(지난 10월 말 기준)로 낙동강 전체 32.3%보다 크게 낮으며, 7~10구간은 1.6% 진행에 머무르고 있고, 그나마 47구간은 발주조차 안 된 상황.
국토부 측은 “그동안 장관과 부산지방국토관리청장 등이 경남도와 접촉을 시도하면서 사업추진 의사 확인을 거듭 요청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며, “다른 구간의 사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어 경남도 대행구간만 미룰 수 없는 데다 내년 여름 홍수 피해마저 우려되는 만큼 더 이상 사업 지연을 지켜볼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경남도 “사업권 해제 무효”
경남도 측은 즉각 국토부의 해제통보는 무효이며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김두관 지사는 “경남도가 낙동강사업 대행협약의 이행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해제를 통보했다고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경남도는 국토관리청과의 협약서 이행을 거절한 바 없으며 따라서 이번 국토청의 해제 통보는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 지사에 따르면 경남도는 사업추진 의사를 묻는 국토청에 8월2일 공문을 통해 “수질, 생태, 농경지 보전을 위한 최적의 대안마련을 위해 특위를 구성해 추진하겠다”고 전했고, 10월26일 공문에서도 “도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자연환경생태계를 보전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10월26일자 공문에서 “보 건설과 과도한 준설이 도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합리적인 우려가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해 국토부에 ‘낙동강 사업 조정 협의회’ 구성을 건의”했는데, 이에 대해 김 지사는 “협약서 9조 2항의 ‘인수받은 설계도서 수정․보완이 필요한 경우 국토청과 협의해 조정할 수 있다’에서 정한 경남도 권한을 정당하게 행사한 것일 뿐”이라며, “낙동강 공구별 공사추진현황을 보면 경남도 구간과 경상북도 구간 공정률에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경남도는 여전히 협약서 4조에 따라 2011년 12월 31일까지 본 사업의 정당한 시행자로서 의연히 협약서 상의 모든 사업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그대로 보유할 것이며 경남도는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찾아 대응할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김두관 지사는 특히 “이번 정부의 일방적인 통보는 경남도민을 철저히 무시하는 처사라고 단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경남도는 정부의 성의 있는 자세를 촉구하며 정부와의 대화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이춘식 의원 “4대강, 우리 생존과 연계”
4대강 사업 자체를 반대한 적이 없고, 도민여론을 수렴해 적법한 절차에 의해 정상적인 속도로 사업을 진행해왔다는 경남도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은 “김두관 지사가 정략적인 이유로 사업자체를 반대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민주당 등 야권의 4대강 사업 반대를 반박하는 핵심논리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성공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4대강 사업의 성공을 통해 ‘청계천 복원사업’을 통해 얻은 정치적 효과를 절실하게 기대하고 있는 것은 정부여당 스스로라는 말이기도 하다. 16일 한나라당 지도부와 함께 낙동강 함안보 건설현장을 찾은 안상수 대표는 “기초자치단체장 전부가 찬성하고, 경남도민 대다수가 희망하는 사업을 도지사가 정략적인 이유로 반대한다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 함께 한 고흥길 정책위의장은 현장 관계자에게 “내년 6월까지 80% 공정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자신 있느냐”면서 “김두관 지사 취임하고 공사를 못한지가 4~5개월 정도 된다. 공사를 차질 없이 해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공사기간 단축을 당부했다.
같은 당 이춘식 의원은 18일 의원총회에서 “4대강이 내년 완공되면 야당이 많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내년에 준공이 안 되도록 준공을 2012년 총선 후로 미뤄야 한다는 의도에서 야당이 예산을 삭감하려고 하는 것으로, 4대강은 우리 생존과 연계되어 있는 만큼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4대강 사업이 ‘위장된 대운하’냐를 놓고 정치권에서 몇 년째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4대강 살리기 마스터 플랜’ 내용과 국제수상교통시설협회의 내륙수운기준을 비교검토한 결과 4대강 공사가 끝나면 4대강 전역에 뱃길이 완성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낙동강의 경우 최소수심이 4~6m이고 저수로 폭도 전 구간에서 360~560m로 확대되기 때문에 3천톤급 선박이 다닐 수 있고, 영산강도 3천톤급, 한강과 금강은 700톤급 선박이 운항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표적 대운하 찬성론자인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4대강 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뱃길을 서로 연결해 유예된 한반도대운하를 부활시키는 것을 핵심공약으로 2012년 대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부여당 측에서 4대강 사업을 이명박 대통령 임기 내에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여러 가지 무리수를 두는 배경은 이러한 사정을 통해 이해의 단초를 찾을 수 있는 셈이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정치적 계산을 떠나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위해 벌어지고 있는 갖가지 편법과 불법, 탈법을 두고 볼 수 없다는 반응이다. 더욱이 4대강 사업 성공을 기반으로 정권 재창출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정치적 의도까지 감안하면 ‘낙동강방어선’을 지키기 위한 여야의 공방이 합의나 절충으로 해결될 성질의 것은 아니라는 것을 예감하게 된다. 민주당 “내년 예산, 4대강 밖에 안보여”
한나라 “내년 복지예산 사상최대…거짓말 중단해야”
민노당 “70% 삭감하겠다는 민주당 아쉬워…수자원공사 위장전입 예산과 4대강 사업 때문에 생긴 타부처 예산 포함 전액 삭감해야”
17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이석현 민주당 의원이 청와대의 전방위 사찰 개입 증거를 폭로한 것을 계기로 내년도 예산에 대한 심의가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데, 그 이전부터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사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관측돼왔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예산국회 첫날인 15일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도 예산은 4대강의 4대강에 의한 4대강만을 위한 예산”이라며, “정부 예산안의 원점 재검토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방비를 제외한 비경직성 지출예산 111조4천억원 중에서 4대강 예산이 무려 8.6%에 달하는 9조6천억원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는 일자리대책 예산보다 8천억원이나 많은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의원들은 4대강이 ‘예산 블랙홀’로 작용하면서, SOC 투자불균형이 우려되며,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예산도 동결되거나 아예 배정이 안된 부분이 있다“며, 4대강 관련 예산의 70% 이상을 삭감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노동당은 “민주당이 4대강 사업 전액 삭감이 아니라 70% 삭감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이는 민주당이 4대강 사업저지가 아니라 3대강 사업만 저지하려는 것이라는 세간의 의혹을 증폭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노당 이정희 대표와 강기갑․홍희덕 의원은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수자원공사로 위장전입된 3.8조의 예산과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약 2.2조를 모두 합친 ‘4대강 사업 총예산’으로 국회 예결위 심의를 받아 9.6조에 이르는 예산 전액이 삭감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노당은 보 건설, 준설, 준설토 처리 등 국토부의 4대강 직접 예산 외에도 저수지 둑 높임(농림부)과 수질개선(환경부), 수변공간 등 연계사업(문광부), 송유간 이설(지경부) 등의 예산이 모두 4대강 사업을 하기 때문에 생겨난 부수예산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거짓말 공세가 끝없이 계속되고 있다”며, “4대강 살리기 예산을 깎아, 복지예산에 돌리겠다는 무책임한 선심성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올해 복지 예산이 사상 최대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 같은 억지를 부리며 심지어 예산안 심사와 연계까지 시킨다고 한다”며, “이는 예산을 볼모로 나라 살림살이를 무시하는 전형적인 민주당식 횡포”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