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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가즈오 이시구로(63, Kazuo Ishiguro)는 나가사키현 출신 일본계 영국 작가다.스웨덴 한림원은 5일(현지시간)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이시구로를 선정하면서 “위대한 감성을 지닌 소설로, 세계와 연결돼있다는 우리의 불확실한 감각 밑의 끝을 모르는 심연을 드러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일본 출신 작가로는 1968년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 94년에 오에 겐자부로(大江大海健三郎)가 수상한 이후 23년만에 세 번째다.그의 작품은 등장인물이 품고 있는 ‘위화감’이나 ‘허무함’과 같은 감정을 현재 시점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형태로 그려낸 게 많다. 흐릿한 기억이나 추억을 테마로 대화가 거듭돼, 읽어나가는 도중에 인간의 연약함이나 인지 엇갈림이 교묘하게 떠오르도록 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세밀한 장면 묘사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1954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난 이시구로는 5살 되던 해 해양학자이던 아버지가 영국 정부의 초대를 받으면서 영국으로 이주했다.영국 켄트대학에서 영문학과 철학 전공으로 졸업한 후 한때 뮤지션을 꿈꾸다 이스트앵글리아 대학에 진학해 문예 창작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가장 최근 발표한 소설 '파묻힌 거인'(2015년)까지 그는 모두 8권의 장편소설과 영화와 드라마 각본 등을 썼다.그는 스물 여덞 살이던 1982년에 첫 소설 ‘창백한 언덕 풍경’을 발표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일본 여성의 눈을 통해 본 피폭 후 나가사키의 재건 과정을 그리며 전쟁의 참상을 묘사한 이 소설로 왕립문학협회상과 위니프레드 홀트비 기념상을 받았고 영국 국적을 취득했다. 두 번째 소설 ‘부유하는 세상의 예술가’(1986년)로는 휘트브레드상과 이탈리아 스칸노상을 받았다. 이 소설은 2차대전이 끝난 지 몇해 뒤의 나가사키를 연상시키는 가상의 마을을 무대로 해 전쟁과 그 결과를 둘러싼 신구 세대의 갈등과 윤리의식을 다뤘다.그의 세 번째 소설은 ‘남아있는 나날’(1989년)은 영국 귀족의 장원을 자신의 세상 전부로 여기고 살아온 한 남자의 인생과 가치관의 대혼란이 나타난 1930년대 영국의 격동기를 묘사했다. 이 소설은 그에게 부커상을 안겨줬으며 영국 배우 앤서니 홉킨스와 엠마 톰슨이 주연한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2005년 발표한 SF 형식의 ‘나를 보내지마’는 1990년대 후반 영국을 배경으로 한다. 장기제공자로 길러지는 복제 인간의 슬픈 운명과 사랑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에 의문을 제기한 그의 대표작으로 타임이 선정한 ‘100대 영문소설’에 들기도 했다. 최신작인 ‘파묻힌 거인’(2015년)은 아서왕의 사후 세계에서 자식을 만나기 위해 떠나는 노부부의 여정을 판타지 요소를 가미해 그린 작품이다.그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와도 절친한 사이로, 과거 인터뷰에서는 그는 “공상과 현실의 세계를 넘나드는 무라카미의 작품에서 큰 영향을 받아 본인의 작품에도 반영시켜왔다”고 말하며 “무라카미의 작품에 드러나는 슬픔이 뭍어나는 유머가 좋다”고도 언급한 바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그의 에세이집 <무라카미잡문집>(2011)에서 “한 사람의 소설가로서 가즈오 이시구로와 같은 동시대 작가를 만난 것은 큰 기쁨이다”고 전했다.이시구로는 현대 영미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며, 문학적 공로로 1995년 대영제국 훈장, 1998년에는 프랑스 문예훈장을 받은 바 있다.한편 고은 시인은 영국 도박 사이트 래드 브로크스 배팅에서 응구기 와 티옹오, 무라카미 하루키, 마거릿 애트우드에 이어 수상 확률이 4위까지 올랐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