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현대자동차가 중소 미생물정화업체인 BJC의 기술을 탈취한 혐의와 관련해 본지는 현대차 울산공장 환경팀이 작성한 보고문건을 단독 입수, 현대차가 혐의를 부인하기 위해 지난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증을 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BJC와 현대차의 입장을 각각 들어봤다.
22일 최용설 BJC 대표는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현대차 측은 지난해 산자위 국감 때부터 우리와 계약을 끊은 이유로 ‘악취를 못 잡아 어쩔 수 없이 경북대와 손을 잡게 됐다’고 말해왔다. 그런데 해당 문건에 따르면 우리 회사 미생물로 바꾸면서 오히려 냄새가 거의 해결됐다고 한다. 현대차가 거짓말을 한 것이 드러난 셈”이라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이어 “2015년 3월 현대차가 우리에게 ‘현대차 자체 미생물 개발사업’ 입찰에 참여 하겠느냐고 물어왔다. 우리는 이게 어찌된 영문인지 궁금해 1차 입찰 때 참여했다. 참여하고 보니 현대차가 자체 개발했다는 미생물이 우리 것과 매우 유사했다. 이후 2차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입찰에 참여한 다른 업체를 선정하게 됐다며 그해 5월 거래 중단을 시켜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사장인 나와 기술상무를 현대차 현장 사무실에도 못 들어가게 출입을 통제하더니 납품하고 있던 화학제품 3가지마저도 거래를 중단시켜 설비와 사무실 집기를 그대로 놓고 쫓겨난 상태”라며 “매출이 전혀 없어 빚내서 직원들 월급을 주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국감 위증 정황에 관한 매일일보)기사에서 제시하는 건 2013년 8월 22일자 문건이다. 2004년 실적 내용 이후 악취 개선에 대한 내용이 없다"며 "담당직원에 의하면 2013년말 테스트 이후 '테스트 결과 효과가 없었다'고 BJC도 인정한다고 말한 보고서가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현대차 측은 "관련자료(보고서)는 법원에 제출할 것이기에 지금 현 상황에서는 (매일일보에) 보내줄 수 없다"고 했다. 현재 현대차와 BJC는 재판을 진행 중이다.
국감 위증 정황에 대한 본지 기사의 요지는 현대차 울산공장 환경팀이 2013년말 테스트 3개월 전인 그해 8월 22일자 보고서에서 BJC의 정화기술에 대해 2004년 악취 개선 실적을 부각시켰을 뿐 악취의 유발원으로 보지 않았으며, 악취 개선 대책에서도 제외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현대차가 BJC와 악취 개선 테스트를 실시한 점은 의문으로 남는다. 이와 관련, BJC 최 대표는 2013년말 테스트에 대한 반박자료를 본지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 측은 BJC의 납품중단에 대해서는 언론에 “계약종료후 경쟁입찰을 통한 정당한 절차다. 현대차가 BJC를 배제하려고 했다면 경쟁입찰부터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겠지만 BJC도 입찰에 참여했고, 부당했다면 공정위의 제재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공정위 제재와 관련, BJC는 지난해 2월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현대차를 공정위에 신고했고, 공정위는 ‘무혐의’ 판단을 내렸다.
반면 BJC의 신고를 받은 또 다른 국가기관인 중소기업기술분쟁 조정위원회는 현대차의 기술탈취 혐의를 인정해 3억원의 배상결정을 내렸고, 현대차가 이를 수용하지 않자 BJC를 도와 현대차에 대한 소송을 제기토록 했다. 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최근 공정위는 현대차에 대한 재조사에 착수했다.
최 대표는 “정권이 바뀌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이번 건을 철저히 조사해줄 것을 기대해 광화문 신문고를 통해 재수사를 의뢰했고, 지난 9월 말 공정위 심의위원회에서 재조사결정이 났다고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