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오는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회연설을 앞두고 청와대와 외교당국은 물론이고 여당까지 여권 전체가 조마조마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워낙 언행이 예측불가능한데다 국회연설 전날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국회연설을 통해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낼 가능성까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문재인 정부가 트럼프의 방한으로 인해 기대와는 달리 발목을 잡힐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일단 5일까지 나온 청와대의 발표나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 연설을 통해 동맹국 정상으로서 한미 관계의 견고하고 발전적인 미래상을 제시하면서,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 및 정책 비전을 구체적으로 밝힐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핵 위협에 맞서 국제 사회가 북한에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에 동참해야한다는 메시지도 강조할 전망이다. 이같은 메시지는 문재인정부가 추구하는 북핵 문제 해결 방향과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 한미동맹 강화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미 외교당국도 이 방향으로 연설내용을 사전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전 대선 레이스 때부터 예측 불가능한 언행을 일삼아 왔다는 점에서 북핵 등을 놓고 우리 정부 기조와 엇갈린 발언을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군사옵션을 강행하겠다는 식의 초강경 발언을 해왔다. 이와 관련,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순방에선 화염과 분노와 같은 선동적인 발언을 완화하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무슨 말이든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것이다. 대통령이 발언을 누그러뜨릴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한 바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 한미FTA 재협상과 방위비 분담률 인상 등을 국회연설에서 언급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발언 내용이 전날 발표될 예정인 한미 정상회담 결과와 다를 경우 파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정부여당 내에서는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정부가 의제를 사전 조율할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제재, 한미FTA 재협상, 방위비 분담률 등 이견이 존재하는 현안을 언급할 경우 파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