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미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지 하루만에 북한 선박 등에 대한 대북 제재를 단행했다. 해상무역을 봉쇄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돈줄을 막겠다는 목적이다.
미국의소리(VOA)방송에 따르면,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21일(현지시간) 개인 1명과 기업 13곳, 선박 20척을 제재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번 제재는 북한과 오랜 상업 관계를 맺었던 제3국 국적자와 북한의 운송망 등이 표적이다. 우선 제3국의 경우는 북한과 거래한 중국인을 비롯해 중국 단둥 소재 기업들이 여럿 포함됐다.
이 가운데 ‘단둥 커화 경제 무역 회사’와 ‘단둥 샹허 무역 회사’, ‘단둥 홍다 무역 회사’의 경우 지난 2013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약 6억5000만 달러어치의 물품을 북한으로 수출했고, 1억 달러어치의 물품을 수입했다. 이들이 거래한 물품에는 노트북 컴퓨터와 무연탄, 철, 철광석, 납광석, 아연 등이 포함됐다.
또 중국 국적자 선시동과 그가 운영하는 ‘단둥 동위안 산업’은 지난 몇 년간 2800만 달러에 달하는 물품을 북한으로 판매했다. 여기에는 차량과 전기기계 장치, 알루미늄은 물론 원자로와 관련된 품목도 포함됐다. ‘단둥 동위안 산업’ 등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관련된 북한의 위장기업과도 연계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의 경우는 국가기관인 조선육해운성과 조선국가해사감독국 외에 조선대봉운송회사와 조선릉라도운송회사 등 6개 운송회사도 제재 명단에 올랐다. 아울러 이들 운송회사들이 보유한 선박 20척도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다. 자경호, 강성1호, 부흥1호, 양각도호, 유성7호 등으로 최근까지 북한의 석탄 수출에 이용된 것으로 알려진 선박들이다.
해외자산통제실은 북한 선박의 불법활동으로 의심되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사진에는 조선금별무역회사 소유의 선박 례성강호가 다른 선박에 물건을 옮겨 싣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는 지난 9월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제재결의 2375호 위반행위로, 해당 화물은 원유일 가능성이 높다고 해외자산통제실은 명시했다.
이번 제재 명단에는 북한의 해외노동자 문제와 연관된 남남기업도 포함됐다. 남남기업은 중국과 러시아, 캄보디아, 폴란드를 거점으로 운영되며 북한인 해외 노동자 파견에 관여하면서 북한 정권이나 노동당에 해외 수익을 안겨왔다는 게 해외자산통제실의 설명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 2375호에 따라 각국은 9월11일을 기준으로 더 이상 북한 국적자에 대한 노동허가증 발급을 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해외자산통제실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제재 조치가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유입되는 불법 자금을 끊기 위해 취해졌다고 밝혔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성명을 내고 “북한이 계속해서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 속에서 제재 회피 전략을 밝혀내는 한편, 북한의 외부 무역과 수입원을 차단하기 위해 경제적 압박을 극대화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