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의결제, 대기업 위법 행위 조사 늦추는 수단으로 악용 우려도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모비스의 ‘밀어내기’ 갑질 행위에 대한 자진 시정방안이 여전히 미흡하다며 해당 행위에 대해 법 위법 여부와 제재수준을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이번 ‘동의의결’ 심의는 지난 8월 현대모비스가 개선된 시정방안을 제시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사를 보여 공정위가 다시 한 번 기회를 줘 이뤄졌다. 그러나 이번에도 자진 시정방안이 최종 기각된 만큼 ‘신속한 피해자 구제’를 목적으로 도입한 ‘동의의결제’가 대기업의 법 위반 행위에 대한 조사·심의를 늦추는데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공정위는 지난 22일 전원회의에서 ‘현대모비스의 거래상지위남용 행위에 대한 동의의결 절차 개시의 건’을 심의한 결과 최종 기각하고 해당 건에 대한 본안 심의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앞서 공정위는 현대모비스가 2010년 1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약 4년간 국내 정비용 자동차 부품사업 부문에 과도한 매출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임의매출’ ‘협의매출’ 등의 명목으로 대리점에 부품을 일방적으로 할당하거나 구매를 요구한 사실을 밝혀냈다.이후 현대모비스는 ‘동의의결’ 제도를 신청해 1년간 피해보상을 비롯해 상생기금 100억원 추가 출연, 협의매출 강요 직원 징계규정 제정, 직원교육 강화 등 자진 시정방안을 냈으나 기각됐다.김문식 제조업감시과장은 “이번에 현대모비스가 최종 제출한 2차 시정방안에는 ‘담보제도를 개선하겠다’라는 내용 외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고 말했다. 1차 심의에서 지적받았던 ‘대리점에 대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이 여전히 마련되지 않았고 ‘밀어내기 행위 근절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도 없다는 것이다.이에 따라 현대모비스가 지난 5월 ‘동의의결’을 신청해 중단됐던 본안 심의가 약 7개월 만에 재개된다. ‘위법성을 따지지 않고’ 기업 스스로 시정방안을 제시·이행해 피해자 구제를 신속히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동의의결’제도가 대기업에 대한 법 위반 행위에 대한 조사를 늦추는데 악용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현행법상 공정거래법 위법 사안은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갖고 있고 공소시효는 5년에 불과해 더욱 그렇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