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최종관문 법사위 '상원' 노릇 주춤
[매일일보 윤슬기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오랜 갑질에 제동을 걸었다. 정 의장의 재촉을 받은 법사위는 1년 가까이 장기 계류 중이던 ‘세무사법 개정안’을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기로 했다. 그동안 국회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됐던 법사위 갑질에 제동이 걸리며 법안 처리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27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더라도 세무사 자격증까지 자동적으로 얻을 수 없도록 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을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정 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3당 원내대표 정례회동 후 브리핑에서 “법사위에서 이렇게(정기국회 내 처리) 약속했다고 해서 앞으로 그 절차를 밟아나갈 것”이라고 전했다.정 의장은 법사위에 장기 계류된 법안들로 인해 국회가 제 기능을 못하자 국회선진화법을 근거로 들며 법사위 행보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국회 선진화법 86조에 의하면, 법사위가 120일 내에 회부된 법안의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소관 상임위원장이 간사 협의 하에 국회의장에게 법안의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다. 정 의장은 이 조항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선포했고, 이후 법사위가 반응을 나타낸 것이다.세무사법 개정안은 지난 17대 국회부터 꾸준히 발의돼 왔지만, 국회 법안 심사의 최종 관문인 법사위의 문턱을 넘지 못하며 번번이 실패했다.현행법은 변호사 자격 취득과 동시에 자동으로 세무사 자격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은 이를 부당하다고 보고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 자동취득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때문에 법조인 출신이 많은 법사위에서 변호사들에게 불리한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끄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특히 법사위 법안소위는 표결이 아니라 만장일치로 안건을 통과하는 관행이 있어 한 명의 의원이 끝까지 반대하면 통과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실제로 국회 법사위의 갑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2월 임시국회에서도 여야 간사의 엄연한 합의가 있었음에도 정치적인 이유로 500개가 넘는 법안들이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민주당 관계자는 2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세무사법 개정안을 통해 다른 상임위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정 의장의 의지로 그간의 법사위의 고질적인 병폐를 끊어낸 계기가 된 것 같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이를 통해 국회가 본격적으로 본 업무를 제대로 하는 기관임을 보여줄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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