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종교계와 밀고 당기기를 거듭했던 ‘종교인 과세’가 내년부터 시행된다. 그러나 정부가 종교활동비는 과세에서 제외하고 원천징수세액이 일반 직장인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등 종교계의 요구를 거의 수용해 특정 집단에 대한 특혜가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28일 정부가 공개한 ‘간이세액표’에 따르면 4인 가구 기준 연소득 5000만원(월 417만원)의 종교인이 내는 원천징수액은 월 5만730원으로 같은 조건의 일반인이 부담하는 근로소득세 월 9만9560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종교인 과세 범위가 ‘소득’에 한정된 것에 이어 부담 수준도 일반 직장인에 비해 턱없이 낮아 ‘국민 개세(皆稅)주의’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종교인 과세 산정 기준은 종교인소득과 인적 공제 대상, 필요경비율 등을 고려하는데, 이러한 세액 차이는 종교인 ‘기타소득’에 적용되는 필요경비율이 주 요인인 것으로 보인다.
종교인소득은 ‘기타소득’으로 신고할 경우 소득구간이 연 2000만원 미만은 소득의 80%를 경비로 인정받을 수 있다. 또 2000만~4000만원은 50%, 4000만~6000만원 30%, 6000만원 초과는 20%의 필요경비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종교인이 기타소득이 아닌 근로소득으로 신고하면 현재 6∼40%인 근로소득세와 같은 세율을 적용받지만 종교인은 기타소득과 근로소득 중 선택해 신고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종교계의 요구가 많이 반영됐다.정부는 또 지급명세서 제출 불성실에 따른 가산세를 2년간 면제하고, 종교인소득에 근로·자녀장학금을 적용하는 방안을 소득세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통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라 사실상 이번 개정안이 ’2년 유예’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한편 정부는 전날 ‘종교인소득 과세제도 보완방안’을 공개하고, 관련 법인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입법예고하기로 했다.보완 방안에는 종교인소득의 범위를 ‘소속 종교단체로부터 받는 소득’으로 한정시켜 지난 2015년 정기국회 때 통과시킨 소득세법 개정안에서의 종교인 소득 범위가 축소됐다.아울러 종교단체가 매월 지급하는 종교인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세액을 담은 ‘종교인소득 간이세액표’를 마련해 상시인원 규모와 관계없이 반기별 납부 특례를 허용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