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의결권 대리행사제도’(섀도보팅) 폐지 한 달을 앞두고 재계가 혼란에 휩싸였다. 당장 참여 인원 미달로 내년 정기주주총회를 열지 못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30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소위는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심사를 한다.해당 법안은 전자증권 도입 시점인 2019년 9월까지 섀도보팅 폐지를 유예하자는 내용이다. 다만 금융당국이 한 차례 폐지 기한을 연장한데다 여야 간 의견 차이로 법안 통과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금융위원회가 섀도보팅 유예 기간을 충분히 줬다는 판단으로 올해 말 폐지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며 “또한 섀도보팅 폐지 유예 법안도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상임위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섀도보팅은 소액주주들이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아 의결정족수 미달로 주총이 열리지 못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상장사가 한국예탁결제원에 요청할 경우 주총에 참석하지 못한 주주들의 의결권을 참석 주주의 찬반 비율에 따라 행사한 것으로 판단한다.이 같은 섀도보팅이 올해 말로 폐지될 경우 당장 내년 초 정기주총에서 참여 인원 미달로 주총 자체를 못 여는 기업들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재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현행 상법상 주총 보통결의 요건은 출석 주주의 과반수 및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인수합병(M&A)이나 정관변경 등 특별결의는 찬성 의사가 출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및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을 넘겨야 한다.특히 감사 또는 감사위원 선임 과정에서 3% 이상의 지분을 가진 주주는 3% 이상의 의결권 행사에 대해 효력이 제한된다.만약 감사 미선임 및 감사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할 경우 상법상 과태료를 물게 된다. 또한 거래소 상장 규정에 따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며 최악의 경우 상장 폐지를 당할 수 있다.올해 들어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 상장법인 2058개사 중 31.2%인 642개사가 예탁원에 섀도보팅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전체의 37.8%가 섀도보팅을 활용해 중소형 상장사들이 더 많이 제도를 이용했다.반면 소액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여를 위해 도입한 전자투표 및 전자위임장 제도는 활용도가 극히 낮았다.지난 3월 주총 시즌에 전자투표 행사율은 주식 수 기준 2.1%, 주주 수 기준으로 0.2%에 그쳤다. 전자위임장 행사율은 각각 0.1%, 0.002%로 나타났다.재계는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정부가 주총 결의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날 한국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경제연구원 등은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최근 상법의 주요 쟁점과 해법’이란 제목으로 세미나를 진행했다.김규태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전무는 “상장사 전반적으로 높은 주식분산율과 짧은 주식보유기간에서 나타나듯 대부분 주주들은 주총에 관심이 없고 참여는 매우 저조하다”며 “소액주주들의 주총 참여율 제고를 위한 전자투표나 서면투표 등은 실효성이 없어 섀도보팅 폐지 후 상당수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김 전무는 “기관투자자는 대부분 투자자 대리인이고 현실적으로 자문사 의견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할 수 밖에 없어 어떠한 의무도 부담하지 않는 자문사에 의해 주총이 죄자우지 될 수 있다”며 “결국 지나치게 엄격한 주총 결의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도 “기업에게 지나친 규제 부담을 주는 것은 국민들의 생활은 물론이고 한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균형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