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소송 남발로 이미지 훼손" 반발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으로 추진 중인 ‘집단소송제도’ 관련 국회에서도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 들어 발의된 집단소송법안은 8건이다. 주로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나왔다.
집단소송제도는 손해배상소송의 판결효력을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에게도 똑같이 적용하는 제도다. 현재 증권 분야만 적용 중이다.
가장 최근 발의된 법안은 지난달 30일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으로 소비자·환경·노동 등 적용 범위에 제한을 두지 않고 피해자 구성원이 50명 이상이면 집단소송이 가능하도록 명시했다.
또한 법원의 문서제출명령 등에 불응할 경우 피해자 주장을 사실로 인정하도록 했다. 소송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신청한 자를 제외한 모든 피해자에게 판결효력이 미치도록 하는 ‘옵트아웃’(opt-out) 방식이다.
백 의원은 “가습기 살균제, 폴크스바겐 연비조작 사건 등 집단적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지만, 정부와 국회는 기업 위주의 정책시행으로 소비자들의 고통을 외면해 왔다”고 지적했다.
백 의원과 입법 과정에 참여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집단소송제를 통해 피해 구제의 효율성을 높이고, 분쟁해결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가 집단소송제 도입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정부 정책 공조로 풀이된다. 지속된 발의로 관심도를 높이는 여론 조성 움직임이란 의미다.
정부는 내년 소비자 분야를 중심으로 집단소송제 도입을 위해 준비 작업 중이다. 집단소송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다.
이에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집단소송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8월 “소비자 피해 구제를 위해 집단소송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9월에는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에 소비자분야 집단소송제 도입을 담았다.
공정위는 법집행체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11개 추진 과제 중 집단소송제 도입이 포함됐다. 앞서 지난달 10일 중간발표에서 집단소송제가 빠졌지만 내년 1월 최종 보고서에 집단소송제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입법 과정에서 재계를 중심으로 반대 의견도 거세게 나와 법안 통과는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집단소송제가 소비자 분야로 확산하면 남소(濫訴) 우려가 제일 크다. 집단소송은 소송 당사자들의 개개인간 비용이 적게 들어 패소에 대한 부담이 적다. 이 때문에 변호사들이 소송을 부추길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한 재계는 기업이미지 훼손 우려, 소송회피를 위한 예방적 비용으로 인한 기업경영 위축 등을 걱정했다.
국회 내부에서도 이 같은 부정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강남일 전문위원은 지난해 발의된 박영선 의원의 집단소송법 검토보고에서 “옵트-아웃 방식은 권리구제에 용이하고 불법행위의 반복억제와 예방효과가 있고, 부정기업의 퇴출 등 장기적 관점의 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집단소송 비참여자에까지 판결의 효력이 미치도록 하는 것은 민사소송법의 체계나 처분권주의와 충돌할 우려가 있고, 소송에 참가하지 않은 자의 재판받을 권리 침해 소지도 있고, 소송 남발로 인한 기업들의 부담증가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