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리 과정에서 중요 사실을 누락해 공정위 과징금 수백억 원을 깎은 변호사를 징계할 것을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대한변협)에 요청했다. 4일 공정위는 ‘성신양회담합’ 사건 이의 신청을 대리한 A 변호사의 법 위반 행위를 검토하고 조치해달라고 대한변협에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는 피심인 대리인인 변호사를 징계 요청한 첫 사례다. 지난해 3월 공정위는 시멘트 담합이 적발된 성신양회에 과징금 436억5600만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으나 대리를 맡은 A 변호사는 회사의 재무제표가 적자라며 이의 신청을 제기해 218억2800만원으로 절반가량 과징금을 감경 받았다.‘과징금이 현실적 부담능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과중한 경우는 감경이 가능하다’는 당시 과징금 고시를 근거로 들었다.그러나 A 변호사가 제출한 ‘적자 재무제표’는 2016년에 납부할 과징금도 비용에 미리 포함한 것이었다. 이런 조정 재무제표는 회계 기준에 어긋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해당 고시의 취지를 고려할 때 당해 사건에 부과되는 과징금은 제외해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는 것이다.지난해 9월께 사실을 파악한 공정위는 향후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재무제표에 과징금을 선반영하지 못하도록 고시를 개정했다.아울러 지난 2월 과징금 감경을 취소하고 4월에 다시 부과했다.이에 반발한 A 변호사는 감경 취소에 대한 무효 확인과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나 서울고법이 지난 10월 청구를 기각했다.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영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A 변호사의 과징금 선반영을 확인하지 못한 공정위의 책임을 인정하고, 향후 외부인 출입 관련 로비스트 규정이 시행될 때 A 변호사를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