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이유
서울시극단 <옥상 밭 고추는 왜> (장우재 작, 김광보 연출)<옥상 밭 고추는 왜>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격렬한 갈등을 ‘옥상 밭 고추’라는 사소한 사건을 매개로 포착한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중심인물을 전면에 배치하지만 그 인물들과 관련된 주변 인물들을 다양하게 제시하면서 일상적인 모습들 뒤에 숨은 갈등들을 하나씩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질문한다. 장우재 작가 특유의 극작 방식, 현실을 진단하기 위한 과감하고 극단적인 표현방식에서 벗어나서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방식으로의 변화는 이러한 질문을 가능하게 열어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무대는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재건축이 필요한 낡은 빌라가 배경이지만 미니멀하고 세련된 콘셉트의 무대는 우리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려는 극작의 핵심을 빗겨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주제를 또 어떻게 다룰지 장우재의 다음 극작을 기대하게 하는 모습과 이러한 변화를 잘 포착해 질서를 부여해준 김광보 연출에 대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프로젝트 내친김에 <손님들> (고연옥 작, 김정 연출) <손님들>은 소년, 부모, 가족, 집의 끔찍한 풍경을 통해 한국사회의 축소판을 보여준다. 성장논리에 빠져 중요한 것들을 돌보지 않고 위계적 가치만 강요했던 사회가 직면한 우리 현실의 모습을 감각적이고 충격적으로 제시한다.
극단 하땅세<위대한 놀이> (아고타 크리스토프 원작, 윤조병 극본, 윤시중 연출)<위대한 놀이>는 쌍둥이 형제를 통해 위험하고 악마적인 전쟁 상황에서 끝까지 버티며 살아남고자 하는 생존방식에 대한 연극적 보고서이다. 원작 소설을 무대 언어로 바꾸는 과정에서 여러 사건들을 20여 가지의 짧은 놀이들로 집약해서 보여주는 방식이 채택되었는데 여기서 윤시중 연출의 역량이 제대로 발휘됐다.
스케치의 방식을 통해 인간세계의 야만적인 전쟁을 풍자하고 놀이의 방식을 통해 현실과 거리두기를 하면서 비판하는 전략이 유효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창의적이며 역동적인 무대를 구현했다. 각색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소설을 연극으로 집약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리적 어려움을 감안하더라도 결말에서 쌍둥이가 전쟁의 과정을 통과하면서 살아남았지만 전쟁을 통해 성숙한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극악함만을 보여준 것인지에 대한 통찰이 부족했다는 것은 한계로 지적되었다. 놀이가 지닌 가볍지만은 않은 메타포를 더 잘 드러내 주었더라면 하는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이 외에도 △극단 신세계 김수정 작/연출의 <파란 나라>, △ 여기는 당연히 극장 구자혜 작/연출의 세 작품 <윤리의 감각> <그로토프스키 트레이닝> <가해자 탐구>, 그리고 △ 丙소사이어티의 <노동집약적 유희>가 주요 작으로 논의됐다. <파란나라>는 공동체 개념이 지니는 파시즘의 위험성을 쉽고 설득력 있게 구현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올 한 해 꾸준한 활동을 펼친 구자혜 연출은 각기 다른 세 작품이 모두 의미 있는 작업으로 평가받았다는 점에서 앞으로가 더욱 주목된다. <노동집약적 유희>는 노동과 소비에 갇힌 젊은 세대의 절망을 게임형식으로 효과적으로 극화했는데 단지 아이디어만 기발한 것이 아니었기에 그 성취가 값진 공연이었다. <자료,사진 출처 한국연극평론가협회>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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