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시베리아와 몽골 고비사막에서 생산된 전력이 서해 해저 케이블을 통해 한국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또한 국내 기업의 시베리아 횡단열차 활용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이전 DJ정부에서 추진한 한반도 시베리아 철도 연결을 궁극적인 목표로 우선 실현 가능한 정책부터 추진한다.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와 달리 북방경제정책에서 실용성을 중시해 북한을 배제하고 사업을 추진한다.그간 북방경제정책 추진 과정에서 북한의 어깃장으로 사업 자체가 백지화된 전례를 참고한 것이다. 북한 협력이 필수인 사업 대신 북한 참여 가능성을 열어 놓고 사업을 진행한다. 문재인 정부의 ‘신북방정책’을 이끌어갈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7일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이날 북방위는 광화문 KT빌딩에서 제1차 회의를 하고 ‘나인브릿지’(9-Bridge: 9개 다리) 전략 추진방향을 발표했다.나인브릿지 전략은 문 대통령이 지난 9월 7일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에서 제시한 것으로 가스와 철도, 항만, 전력, 북극항로, 조선, 일자리, 농업, 수산 등 9개 분야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을 의미한다.북방위는 배경브리핑에서 “북방협력을 북한 없이도 러시아 등 상대국과의 경협을 추진하고, 그러다보면 북한 참여 유인이 더 많이 생기고 이후 북한의 참여를 언제든 환영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밝혔다.북방위는 내년 4월까지 북방경제협력 5개년 로드맵을 내놓기로 했다.이 중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한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 등 동북아 5개국이 참여하는 초대형 신재생에너지 전력망 연결 사업이다. 동부 시베리아와 극동 러시아의 수력과 천연가스, 몽골 고비사막의 풍력 등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전류를 생산하면 이를 HVDC(초고압직류송전) 송전방식의 육상 선로와 해저 케이블 등 전력망을 건설해 한중일 3국으로 보낸다는 구상이다.
역대 정부에서 나왔던 러시아 가스 파이프라인을 북한을 통해 한국까지 연결하는 계획은 남북관계 경색으로 어려워 우선 한중일 3국의 전력망 연결을 할 방침이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해저를 통한 광케이블로 한국과 일본에 전력을 보내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지난 3월 한국전력이 발표한 ‘한·중·일 전력망 연계 예비타당성 공동연구’에 따르면 전력 송신 과정에서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해저 광케이블 구축 비용 또한 5~7조원이 소요돼 11년 동안 회수할 수 있는 수준이라 경제성이 있다는 분석이다.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일부 구간 착공 추진이 목표다. 이를 위해 민간기업 수준의 논의를 정부간 협의로 격상시켰다.또한 시베리아철도(TSR) 이용 관련 러시아와 협의한다. 그간 우리 기업의 TSR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큰 요금 변동과 복잡한 통관절차, 화차 부족으로 이용이 어려운 것이 실정이다.이전 정부에서는 부산부터 서울까지의 남한 철도를 북한의 평양에서 신의주까지 철도와 연결한 뒤 이를 TSR과 연결하는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의 반대로 사업 추진이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TSR 연결을 위해서는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가입이 필수지만 회원국 가입을 위해서는 회원국 전원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북한의 반대 등으로 어려워 가입요건에 대한 정관 개정과 지속적인 주변국 설득 등을 한다는 계획이다.북방위는 중장기적으로 한반도철도와 TSR을 연결해 부산에서 파리, 런던까지 이어지는 대륙 물류망을 구축할 계획이다.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가입요건 정관개정과 주변국을 설득해 오는 2021년까지 가입을 완료하겠다”고 설명했다.한편 북한은 우리 정부의 ‘신북방정책’에 대해 ‘대결정책’이라며 실현되기 어렵다고 비난했다.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이날 ‘신북방정책은 파탄을 면할 수 없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유라시아 대륙에 위치한 나라들을 꼬드겨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적인 반공화국 제재·압박 공조의 폭을 더욱 확대하려는 음흉한 기도(시도)에 따른 동족대결 정책”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