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중기부·공정위 등 범정부 차원 종합 대책 발표…中企 ‘기대’
[매일일보 이종무 기자]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이를 막기 위한 정부 대책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12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과 기술탈취 근절 대책 마련을 위한 협의에 착수했다. 내년 초 범부처 종합 대책 발표를 위한 사전 작업이다.
당정은 기술탈취의 개념을 명확히 하고 중기부 내에 기술탈취 조사 전담반을 꾸리는 등 중기부의 역할에 힘을 싣는 것을 밑그림으로 그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탈취를 당한 중소기업이 중기부에 피해 사실을 제출하거나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에 설치한 기술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강제 조정이나 강제 중재를 하고 행정 명령 형태로 조사에 나서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홍종학 중기부 장관도 지난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 자료에서 기술탈취에 대해 조사·시정 권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에 공정위가 중기부와 직권 조사 권한과 범위를 어느 수준으로 정할지 주목된다.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출범시킨 기술탈취 전담 태스크포스를 통해 신고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기술탈취 사건을 발굴·감시하고 직권 조사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기술탈취 전담TF는 내년 △기계·자동차 부문을 시작으로 2019년 △전기·전자와 △화학, 2020년에는 △소프트웨어(SW) 분야를 각각 조사할 계획이다.하지만 여기에는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관련 전문 인력이 어느 정도 선으로 충원될지 여부도 관심 사항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현재 논의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특허법’과 ‘디자인보호법’,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등 각 개별 법률에서 정한 위법 행위의 정도에 따라 손해배상 정도가 세분화될 것으로 보인다.또 기술탈취 행위 입증 요건의 완화 규정은 특정 거래 관계에서만 도움이 된다는 지적에 따라 고의나 과실을 넘어 기술탈취에 대한 위법·침해 행위 그 자체에 대해 입증 책임을 유형별로 전환하는 규정도 검토되고 있다.정부 내 기술탈취 전담 조직이 들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기술탈취 문제를 근절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아울러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지난 11일 대구경북·부산 지역 중소업체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중소기업에 공정한 경쟁 기회를 보장하도록 하도급 법령 개선 등 다각적으로 정책을 펴고 있다”며 “이달 중 공정위 차원에서 하도급법 개정 등을 포함한 종합 대책을 발표하겠다. 내년 초엔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문제에 대한 범정부 대책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다만 정부의 대책에 어떠한 수준에서 어떠한 실효적인 내용이 담길지 중소기업 업계는 다소 시큰둥한 분위기다. 2010년 이명박 정부 당시에도 공정위는 민관 합동으로 대·중소기업 관련 TF를 구성해 직권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공염불’에 그쳤고, 지난해 나온 종합 대책도 실제 현장에서는 체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대기업의 한 협력업체 전무는 “일개 부처가 아니라 범정부 차원에서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하지만 결국 대통령 의지의 문제다. 지난 역대 정부가 대·중소기업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정부도 책임이 있다”며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강조했다.정부 한 관계자는 “이번 대책이 과거처럼 일회적이고 일과성에 그칠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 새로운 대책을 발표하기 전에 그동안의 과실도 평가하게 될 것”이라며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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