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노조 편든 판결에 ‘빨간불’…지켜보는 철강·조선업계 노심초사
[매일일보 이근우·박주선 기자] 올해 최악의 경영환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자동차 업계가 최근 통상임금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면서 제조 산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8일 한라[014790]그룹의 자동차 부품사 ‘만도’는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달라며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 2심에서 약 16억원을 노동자들에게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1심 법원에서 ‘신의성실의원칙(신의칙)’을 적용해 만도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에선 회사 측의 신의칙 적용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 이에 만도는 기업 경영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즉시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앞서 기아자동차[000270], 한국지엠, 현대모비스[012330] 등도 잇따라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업계의 부담도 덩달아 가중될 전망이다.실제 기아차는 지난 8월 31일 통상임금 1심 재판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받지 못해 사실상 패소하면서 1조원의 관련 비용을 부담하게 됐다. 이 탓에 당장 3분기 10년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철강·조선 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의 경우 1심(노조 승소)과 2심(사측 승소)을 진행하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등 양측이 갈등을 빚고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근로자 10명이 대표 소송을 내 2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제철[004020]은 2013년 근로자 3500여명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달라며 제기한 2000억원 수준의 소송 1심 선고가 올해 안에 나올 예정이다.상황이 이렇다보니 재계에선 통상임금 소송 기업들이 패소할 경우 기업부담은 최대 38조원에 이른다며 우려했다. 일자리 감소폭도 연간 8만5000개에서 9만6000개에 달한다고 내다봤다.대한상공회의소 측은 기아차의 통상임금 소송 1심 판결 직후 “통상임금 소송은 노사 당사자가 합의해온 임금관행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일 뿐 아니라 노사 간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향후 노사간 소모적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는 통상임금의 개념과 범위를 명확하게 정하는 입법조치를 조속히 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한 바 있다.전국경제인연합회도 “사드 보복, 멕시코 등 후발 경쟁국들의 거센 추격, 한미FTA 개정 가능성 등으로 우리 자동차 산업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번 판결로 기업들이 예측치 못한 추가 비용까지 부담하게 돼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한편 의결권 대리행사 제도인 ‘섀도보팅’이 올해 말 폐지됨에 따라 정부의 상법 개정이 내년 주주총회 정상화를 위한 대안 및 재계 경영환경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상법 개정안 상정과 관련해선 윤상직·권성동 의원 등 2개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임시국회 기간 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내년 3월 전까지 시행이 가능할 전망이나 여·야가 첨예하고 대립하고 있어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이와 관련 윤 의원의 개정안은 의사정족수(발행주식 총수의 5분의 1이상, 20%)를 부활시키고 출석주식의 과반수로 결의 방법을 수정하잔게 복안이다. 권 의원의 개정안은 ‘일정비율 이상 찬성 요건’을 없애고 출석 주식수 과반수 이상으로만 결의 방법을 바꾸자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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