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이번주를 끝으로 임시국회가 끝나는 가운데, 임시국회 회기 절반이 되도록 개점휴업 상태를 못 면한 국회가 '방탄국회'라는 오명까지 얻게됐다. 진전없이 공전하고 있는 임시국회 동안 자유한국당 최경환-이우현 의원이 국회 회기 중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을 적용받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면했기 때문이다.

17일 여야 관계자들에 따르면 임시국회를 시작하고 단 한차례라도 실제 상임위 회의를 진행한 곳은 국방위, 국토위, 행안위, 기재위, 산자위, 여가위, 정개특위 등 7곳에 불과하다. 상임위 중에서 단 한 차례의 회의조차 열리지 않았거나 다음 주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곳은 법사위, 과방위, 교문위, 외통위, 복지위, 환노위, 정보위, 운영위, 농해수위 등 9곳에 이른다.

특히 법안처리의 수문 역할을 했던 법사위의 경우 지난 8일 정기국회에서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법사위 의결을 거치지 않고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상정해 통과된 이래로 상임위 활동이 멈춰있다. 이 기간동안 여야가 이룬 성과 역시 3당 원내대표가 다음주에 진행하기로 합의한 대법관 2인과 감사원장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이 전부다.

물론 예산국회가 끝난 후 연말연시가 되면 의원들 각자 지역구 예산 홍보에 열을 올리는 한편 여야 의원들이 그동안 미뤄뒀던 해외출장을 몰아서 간다는 것도 국회 개점휴업의 큰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번 임시국회 활동이 저조한 가장 큰 이유는 자유한국당이 지난 예산안 처리 시 여당이 보인 '한국당 패싱'에 대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 13일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 특별법(이하 5·18 특별법)' 처리가 무산된 데 대한 책임을 여당이 자유한국당에 돌리면서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이와 관련해 김성태 신임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자당 의원들에게 "의원님들께서는 민생법안, 경제활성화, 노동개혁과 관련된 법안심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상임위활동을 전개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냈으나 아직 뚜렷한 진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렇듯 임시국회가 식물국회로 전락하면서 입법활동을 위해 합의한 12월 임시국회가 같은 시기에 검찰로부터 소환을 받은 최경환-이우현 한국당 의원을 위한 '자동 방탄국회'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오는 23일 최경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본회의 의결이 여야 3당 원내대표 합의하에 표결처리하지 않기로 하면서 '방탄국회'는 현실이 됐다.

개정 국회법 취지에 따라 국회가 최 의원의 체포동의안처리에 대한 판단을 내려줘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다시 검찰로 넘겼다는 점에서 이번 임시국회가 빈손국회와 더불어 셀프 방탄국회가 됐다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정세균 국회의장-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선 오는 18일 임시국회 쟁점 법안 처리 논의를 위한 식사자리를 갖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이날 회동에서 여야 의견차가 적은 '공통공약 처리'에 초점을 맞춰 통과시키는 노력을 기울이기로 합의한 바, 이를 계기로 이번 임시국회가 나름의 성과를 낼 수 있을 지 관심이 주목된다.

박규리 기자 [email protected]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