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근우 기자] “이름 참 잘 지었어 확 쏘는 맛이 있네”
기자가 스팅어를 타고 고속도로에 막 진입해 속도를 높였을 때 번쩍 든 생각이었다. 평범한 듯 하면서도 훅 들어오는 한방이 있어 감탄을 자아냈다.
스팅어는 확실히 이름값을 하는 스포츠 세단이었다. 이미 지난 여름 한차례 시승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좋은 차량임이 틀림없단 평가엔 변함이 없다.
실제로도 일반 및 미디어 시승에서 많은 호평을 받은 바 있어 기아자동차[000270]가 지난 5월 말 야심차게 스팅어를 내놓았을 때 왜 그토록 이 차에 자부심이 있었는지 이해가 된다.
사실 “스팅어를 다시 타봐야겠다”고 느꼈던 건 앞서 제네시스 G70을 시승한 직후였다. 처음 탔을때부터 잘 만든 차인건 알았는데 이젠 몇달 전일이라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두 모델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기 때문에 비슷한 시기·코스로 시승해보고자 재요청을 했다.
이번에도 시승 차량은 19인치 타이어를 장착한 3.3터보 AWD 가솔린 모델이었다. 외장 색상은 오로라 블랙이었으며 내장 색상은 다크레드였다. 배기량은 3342cc, 최고출력은 370ps, 최대토크는 52kgf·m다.
크기는 전장×전폭×전고×축거 4830×1870×1400×2905mm로 경쟁 중형 세단의 동급 모델보단 다소 큰 편이다. 처음 2열에 탔을땐 다리나 머리 공간이 비좁다고 느꼈던 것 같은데 다른 동급 모델을 타보고 나면 스팅어 정도면 넉넉한 편이란 결론이 나온다.
코스는 서울 신길역에서 서산 중앙호수공원, 전주 한옥마을, 대전 카이스트를 거쳐 신길역으로 다시 돌아오는 530km 가량 되는 거리였다. 시내 주행은 물론 고속도로, 직선과 곡선, 오르막과 내리막을 나름대로 충분히 경험해 볼 수 있었다.
스팅어는 폭발적인 가속력을 자랑했다. G70과 비교하면 체감상 가속이나 브레이크 반응이 다소 늦은 것 같긴하나 그래도 여느 스포츠카에 견줘도 손색없을 만큼 고성능 퍼포먼스를 뽐냈다.
승차감이나 안정성면에선 스팅어가 더 우세했다. 세단과 같은 부드러움이 녹아 있었다. 시속 150km 이상에서도 흔들림 없이 딱 잡힌 균형감을 선사했다.
솔직히 스팅어에 적용된 5가지 드라이빙 모드(스포츠·컴포트·에코·스마트·커스텀)에 대한 차이는 잘 모르겠다. G70처럼 각각의 모드처럼 극적인 변화는 없었던 것 같다. 배기음 역시 조금 애매한 편이라 아쉬웠다.
트렁크는 워낙 넓기도 하지만 SUV처럼 문이 활짝 열리는 편이라 예상외로 훨씬 개방적인 느낌이었다. 주행 중에 비가 오기도 했는데 트렁크에서 짐을 꺼낼 때 안으로 비가 새어들어오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모두 가려지게 설계된 덕분에 젖지 않았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의 경우엔 간혹 초점이 맞지않아 번져보이는 차량도 있었는데 스팅어 HUD는 마치 내 눈에 꼭 맞춘 듯해 마음에 들었다.
스팅어는 여운이 많이 남는 차다. 주행성능, 디자인, 가격 등을 고려하면 젊을 때 한번 몰아볼 차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요즘 자려고 누우면 스팅어가 눈앞에 아른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