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앞으로는 항공사가 점검이나 기상·공항 사정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결항·지연하더라도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고객이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식당 예약을 하고 나타나지 않는, 이른바 '노쇼'(No-Show) 행위를 하면 위약금을 내야 한다.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한다고 1일 밝혔다.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은 공정위가 분쟁해결을 목적으로 제정·시행하는 고시로, 분쟁당사자간 별도의 의사표시가 없는 경우 분쟁해결을 위한 합의·권고의 기준이 된다.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그동안 기상상태, 공항사정, 항공기 접속관계, 안전운항을 위한 예견하지 못한 정비 등 ‘불가항력적 사유’를 들어 항공편이 결항되거나 지연되면 고객에게 보상할 책임을 무조건 면제받았으나 앞으로는 책임을 면제 받으려면 항공사가 이를 입증해야 한다.항공사 사정으로 항공기가 결항·지연됐다고 하더라도 불가항력적인 사유라는 점을 항공사가 입증하지 못하면 고객에게 보상해야 한다. 국제편이 결항할 경우 항공사가 고객에게 배상하는 금액이 지금보다 최대 2배 늘어난다.또 그동안 항공사는 위탁수하물이 분실되거나 파손된 경우에만 고객에게 보상했으나 앞으로는 늦게 도착하더라도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이는 몬트리올 협약에 따라 104개 협약 당사국 내에서 법과 동일한 효력을 발휘한다.국제여객 결항 때 항공사가 고객에게 배상해야 하는 금액도 상향 조정해 소비자의 권리를 강화했다. 현재는 결항이 생길 때 대체편을 4시간 이내에 제공하면 100∼200달러, 4시간 초과는 200∼400달러를 배상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앞으로 4시간 이내는 200∼400달러, 4시간 이상은 300∼600달러를 배상해야 한다. 기간에 따라 항공편 가격이 상이해 정률제가 아닌 정액제로 보상액을 정했다.또 국내여객의 운항 시간이 짧은 점을 고려해 그동안 2시간 이상 지연에 대해서만 보상하던 것을 앞으로는 1∼2시간 이내 운송지연에 대해서도 운임의 10%를 배상하도록 개정했다.보상의 기준이 되는 운임은 유류할증료, 공항이용료, 기타 수수료 등을 제외한 소비자가 구매한 소매가격으로 명확히 규정했다. 한편, 식당 예약을 하고 나타나지 않아 소상공인에게 피해를 주는 예약부도 행위, 이른바 '노쇼'(No-Show)를 방지하기 위해 위약금 규정이 신설된 점이 주목할 만하다.공정위는 기존 '외식서비스업'을 '연회시설운영업'과 '그 외의 외식업'으로 구분해 위약금 규정을 더 엄격히 개정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예약보증금을 받는 식당의 경우 고객이 예약시간 1시간 전까지 예약을 취소하면 예약보증금을 환급받을 수 있지만 1시간 내에 취소하면 예약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사업자의 사정으로 예약을 취소하는 경우에는 소비자가 예약보증금의 2배를 위약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마련했다.돌잔치, 회갑연 등 연회시설 예약취소 위약금 규정은 더욱 강화해  사용예정일로부터 1개월 전에 취소하면 계약금을 모두 돌려주지만 7일~1개월 내 취소할 경우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없고 7일 이내에 취소하면 계약금과 총 이용금액의 10%를 물어야 한다.결혼준비대행업에서는 소비자 사정으로 계약을 해지할 때 물품 제작비용뿐 아니라 서비스비용에 대해서도 위약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됐다.한편 모바일 상품권에 대한 현금 환급액 상한선도 변경됐다. 지금까지 모바일 상품권은 일반 상품권과 달리 80% 이상을 사용해야 잔액을 현금으로 환급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일반 상품권처럼 60%만 사용해도 환급을 받을 수 있다. 소비자가 상품권을 구매할 때 할인을 받았더라도 기존에는 상품권 액면가의 90%를 상환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소비자가 실제로 구입한 금액을 기준으로 90%를 상환하게 된다.이 외 숙박업의 위약금 면제 사유에 천재지변에 지진·화산도 포함되도록 하며 여행업에서는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계약을 취소하는 경우 위약금이 면제되도록 해 소비자의 면제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기준을 개정했다.가전제품, 사무용기기, 전기통신자재 등 14개 공산품이나 문화용품의 부품보유 기간을 업체가 준수하지 않을 때 보상하는 기준이 정액 감가상각한 잔여 금액에 구입가의 5%를 가산해 환급하던 것에서 구입가의 10%를 가산하도록 해 소비자보상기준을 강화했다.이와 함께 기준의 보다 명확히 해 사업자와 소비자 간의 분쟁을 줄일 수 있는 기준을 마련했다.체육시설업, 레저용역업, 할인회원권업, 고시원운영업, 산후조리원, 청소대행서비스업, 외식서비스업, 미용업 등 8개 업종에서 계약을 해제할 때 그동안 불명확했던 '총 이용금액'의 '계약시 정한 실거래금액'으로 명확히 규정했다.또 싱크대를 기존 ‘주방용품’에서 ‘가구’로 품종을 변경하고, 네일서비스업과 왁싱업 미용업에 추가, 안마의자와 가습기를 ‘정수기 등 임대업’에 포함해 각 관련 분쟁해결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공정위는 오는 18일까지인 행정예고 기간에 이해관계자와 관계부처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전원회의 의결을 거쳐 개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