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대기업의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와 편법 승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본격적으로 강력한 제재에 나섰다. 주류 제조기업 하이트진로가 계열사 인수 후 부당한 방법으로 총수 일가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한 혐의를 적발해 과징금 107억원을 부과하고 법인과 총수2세, 실무자 개인을 검찰에 고발한 것이다.15일 공정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총수 2세 박태영 부사장이 2008년 4월 서영이앤티를 인수한 후 △인력지원 △통행세 거래(일감 몰아주기) △주식 매각 우회 지원 등을 통해 관련 시장의 공정 거래 질서를 훼손하고 부당하게 총수 2세의 경영권 승계를 구축한 혐의를 적발했다고 밝혔다.서영이앤티는 ‘하이트진로’ 그룹의 총수 1세인 박문덕 회장에서 총수 2세로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지배 구조의 중추적인 역할을 한 업체다. 2007년 4월 기준 하이트진로 그룹은 박문덕 회장이 하이트맥주를 통해 나머지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구조였다. 이후 총수2세인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이 2007년 12월 생맥주기기를 제조하던 서영이앤티의 지분 73%를 인수하면서 무상증여‧분할‧합병‧유상증자 등 각종 구조개편을 통해 지주회사(하이트홀딩스) 지분을 대폭 증가시키는 방식으로 그룹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시켜 왔다.이 과정에서 하이트진로가 보유 주식 고가 매각과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서영이앤티에 부당하게 이익을 제공한 혐의가 있었다고 공정위가 밝혔다.공정위에 따르면 우선 2014년 2월 하이트진로는 서영이앤티가 보유하고 있는 생맥주기기 유지·보수업체인 서해인사이트의 주식을 키미데이타라는 납품업체에 정상가격(14억원)보다 고가로 매수할 것을 요구하고 향후 이자를 포함한 주식 인수 대금 전액을 회수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이면 약정을 약속했다. 당시 서영이앤티는 당기순손실이 1억5900만원 발생하는 등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상황이었다.매각 관련 처음 협상 당시 키미데이타는 순자산가치로 매각 금액을 책정했으나 하이트진로는 미래 수익 가치법을 적용해 25억원으로 매각할 것을 협상했고 대금 보장은 서해인사이트의 생맥주기기의 A/S 업무 위탁비를 대폭 인상해 분할 상환하는 방식으로 우회 지원했다.또 통행세를 지급하는 거래구조를 통해 일감몰아주기를 했다. 하이트진로는 공캔 납품업체인 삼광글라스에 △맥주용 공캔 통행세 지급(2008년 4월부터 2012년 말까지) △공캔 원재료인 알루미늄코일 A사로부터 구매 시 서영이앤티에 통행세 지급 후 구매(2013년 1월부터 2014년 1월말까지) △글라스락캡(유리밀폐용기 뚜껑) 구매 시 통행세 지급(2014년 9월부터 2017년 9월까지)하도록 했다.이 같은 각종 내부거래는 박 부사장이 서영이앤티를 2008년 인수한 후 하이트진로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과장급 전문 인력 2명을 파견해 기획· 실행하도록 해 부당한 인력 지원에 해당한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공정위는 하이트진로에 총 107억원(하이트진로 79억4700만원, 서영이앤티 15억6800만원, 삼광글라스 12억1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주식 매각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박태영 부사장과 김인규 대표이사, 김창규 상무등 개인과 법인을 검찰 고발했다고 밝혔다.한편 이와 관련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공정위가 지적 내용은 이미 해소된 사항이며, 지난 거래에 대한 소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특히 서해인사이트 주식 매각 관련 “다수의 회계 법인을 통해 적정한 거래임을 증명했음에도 공정위와 입장 차이가 있어 향후 행정소송 등을 통해 성실히 소명하고 의혹을 해소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