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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정부의 공공기관장 인선이 늦어지면서 업무 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 10년간 보수정권에서 진보 진영으로 정권 교체가 발생해 새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그간 설정한 사업계획도 재수립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외에도 내부 인사 역시 새 기관장 취임 이후로 전면 미뤄졌다.▮수조원 해외 프로젝트 눈앞서 놓칠 판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경우 지난 몇 년간 해외 철도프로젝트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필리핀 마닐라 도시철도 7호선’(MRT-7)이다. 지난 2016년 MRT-7 설계·자문 과정부터 참여해 현지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시공 및 차량제작 계약을 따냈다. 도시철도 공사 수주는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 사업의 수주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받는 사업이다.이 고속철 사업은 총 사업 규모 16조원으로 대규모 프로젝트다. 도시철도 수주를 따냈으니 코레일로서는 도전해볼만한 사업이 된 것이다. 코레일은 해당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2015년부터 물밑 작업에 나서 지난해는 코레일과 한국철도시설공단 등이 전면에 나서 컨소시엄 구성에 박차를 가했다. 당시만 해도 50여개 업체가 컨소시엄 참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하지만 현재 입찰제안서를 받고 있는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코레일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지난해 7월말 홍순만 전 코레일 사장이 사임한데 이어 철도시설공단 역시 2개월 넘게 기관장이 자리를 비워 교착 상태가 장기화한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재 컨소시엄 참여는 10개 업체로 쪼그라들었다. 각 분야 대표 기업인 KT(통신)와 삼표E&C(궤도), LS산전(신호)는 아예 해당 사업에서 발을 뺐다. ▮기관도 인사도 올스톱...조직 이완 부작용공공기관장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내부 직원들의 인사이동도 순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조직 문화가 이완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지방 순환 배치가 잦은 공공기관의 특성상 가족과 함께 움직여야 하는 점을 감안해 통상적으로 연말과 연초에 인사가 단행된다. 하지만 수장 공백인 상태에서 섣불리 간부급 인사를 내기는 힘든 실정. 실제 한국전력은 지난달 조환익 전 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이후 현재까지 4급 이상의 인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역시 지난 19일 이관섭 사장이 사퇴하면서 이달로 예정된 정기인사가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만약 기관장 인선이 늦어져 자녀들의 학기 중에 이사를 하게될 경우 이에 따른 내부 직원의 업무 공백이 불가피하다.장병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은 지난달 18일 새정부의 산업정책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기관장과 임원의 공석상태의 심각함을 지적한 바 있다. 장 위원장은 “(기관장 공백으로)정부의 주요 산업 정책의 추진이 지연되고, 각 공공기관은 인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해 업무에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