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영업이익 73%·순익 67% 급감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지난해 영업이익이 6조원 아래로 떨어지며 경영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판매 실적 부진과 통상임금 소송, 노조 파업 등 악재가 겹친 탓이다.
현대차는 25일 서울 본사에서 2017년 연간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갖고 지난해 영업이익이 4조5747억원으로 전년 대비 11.9% 감소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96조3671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2.9%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순이익은 4조5464억으로 20.5% 줄었다.
기아차도 이날 경영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영업이익이 6622억원으로 전년대비 73.1% 급감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53조5357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늘었으나 당기순이익은 9680억원으로 64.9% 감소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의 작년 영업이익은 국제회계기준(IFRS)를 도입한 2010년 이후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영업이익률 역시 현대·기아차가 각각 4.7%, 1.2%로 감소했다.
이같은 실적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에 따른 중국시장 위축과 미국의 침체 등 등 주요판매국의 판매 감소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특히 원화강세로 가격경쟁력이 크게 약화됐고, 잦은 파업과 신차 출시와 관련된 마케팅 비용 지출, 기아차의 경우는 통상임금 소송 패소 비용(1조원)까지 발생하며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최병철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지난해는 미국, 중국 등 주요시장에서 성장세 둔화가 지속됐고, 임단협 타결 지연에 따른 부분파업 영향으로 신차 모멘텀을 극대화하지 못했으며 매출액 손실 및 가동률 하락으로 고정비 부담 증가했다”며 “여기다 비우호적인 환율 환경이 지속되는데다 리콜과 제네시스 브랜드 초기 투자 등 일회성 비용발생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고, 당기순이익 또한 사드 관련 베이징현대 지분법 이익 축소 등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도 국내외 자동차 시장과 대외 경영환경의 변화가 극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자동차 판매는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1.2% 증가에 그치며 9372만대를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내(1.1%↓), 미국(1.7%↓), 중국(1.3%↓) 등 주요 시장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업체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올해 권역별 책임경영제 도입과 공격적 신차 투입으로 실적개선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부진했던 중국과 미국 시장에 현지 전략용 신차와 글로벌 강세를 보이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를 투입해 실적을 회복시키겠다는 복안이다.
현대차의 경우 미국에서 코나를 시작으로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 신형 싼타페, 코나 EV(전기차), 투싼 개조차 등을 올해 안에 출시해 그동안 부족했던 SUV 라인업을 보강한다. 중국은 엔시노 등 현지 맞춤형 신차를 선보인다.
기아차는 주력 볼륨 모델인 신형 K3를 올해 1분기 국내를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 잇달아 선보인다. 또, 지난해 출시한 스팅어를 올해 북미 등 글로벌 시장에 본격 판매하는 동시에 럭셔리 플래그십 세단인 신형 K9을 상반기에 선보이며 브랜드 고급화 및 수익성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이와 함께 K5·스포티지·카니발 등 주력 모델의 부분변경 모델과 신형 쏘울 등을 출시하며 경쟁력 회복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