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1월 말부터 대기업 소속 공익법인의 운영실태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이번 조사로 공정위는 이들 법인이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편법적으로 늘리고 사익편취 수단으로 이용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 자료를 확보하게 된다.‘재벌 저격수’로 불렸던 김상조 위원장이 수장이 되고, 기업집단국이 신설되는 등 대기업을 상대하는 공정위 힘이 커진 가운데, 공익법인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본 후, 결과에 따른 개선안을 내놓는다는 취지다.31일 공정위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상 공익법인인 51개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171개 법인을 대상으로 2단계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부터 약 1개월 간 57개 공시대상 기업집단 소속 비영리법인 총 260여 곳을 1차 전수조사한 후 ‘동일인관련자’ 해당 여부, ‘상증세법상 공익법인’ 해당 여부 등을 확인해 171곳으로 대상을 좁힌 것이다.관련법상 대기업이 일반 공익법인에 출연한 계열사 지분 5%(성실공익법인은 10%)까지는 상속·증여세를 면제받고 있다. 지난해 세법개정으로 성실 공익법인이면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공익법인에 대해선 최대 지분 20%까지 상속·증여세를 면제한다. 그러나 이를 일부 대기업 총수 일가가 세금 감면 혜택을 받으면서 공익재단을 통해 그룹 전체의 지배력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지적이 있어 전수조사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 28일 기준 재벌닷컴에 따르면 삼성, 현대중공업, 롯데, LG그룹 등 20대그룹의 40개 공익재단이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한 규모가 총 6조7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2단계 조사에서는 이들 상증세법상 공익법인이 총수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 부당지원, 사익편취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지를 판단할 근거 자료들을 확보할 예정이다.공정위는 조사대상 공익법인 171곳으로부터 최근 5년간 △출연받은 재산 내역 △수입·지출 개요 △출연받은 재산의 공익목적 사용현황 △공익법인 보유 주식 지분 의결권 행사 현황 △ 특수관계인과 내부거래 비중 등을 제출받을 계획이다.다만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라 조사대상기관으로부터 자발적 협조를 받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관련법에 어긋나지 않도록 개인정보 등 개벌거래 정보는 제외하는 등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현황을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는 이들 법인으로부터 3월 중순까지 자료를 확보하고 세부 조사 내용 결과를 토대로 상반기 내 관련 ‘제도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이에 따라 이번 조사 과정에서 비영리법인이 신고하지 않은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되면 향후 대기업집단 지정 때 계열편입과 내부지분율 산정 등에 반영하거나, 현재 동일인관련자 제외 처분을 받았더라도 그 요건이 유효하지 않으면 제외 결정을 취소하는 등의 후속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으로 2009년부터 삼성의 동일인 관련자 지위가 취소된 삼성꿈장학재단 등도 조사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이와 함께 공익법인이 소유한 계열회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