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대리점 밀어내기 갑질을 저지르고도 반성이 없는 현대모비스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하고 당시 대표 등을 고발하기로 했다. 현대모비스의 밀어내기는 제2의 남양유업 사건이라고 할 만큼 전형적인 갑질이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공정위는 8일 브리핑에서 "대리점에 자동차부품을 강제한 현대모비스에 과징금 5억원을 부과하고 (강제 행위 당시 재임한) 전 대표이사와 전 부사장 등 임원 2명과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공정거래법 관련 규정에 따른 것이다. 당시는 구입강제 행위를 금지하는 대리점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이었다.공정위 조사결과, 현대모비스는 2010년 1월부터 약 4년여간 매년 자동차부품 사업부문 매출 목표를 지역영업부가 제출한 매출목표 합계보다 3~4% 높게 설정했는데, 지역영업부(부품사업소 포함)는 대리점에 부품 구입을 강제하거나 일방적으로 할당하는 방식으로 목표달성에 나섰다. 대리점들은 부품 구매 의사가 없음에도 '임의 매출'이나 '협의 매출' 등의 명목으로 부품을 구입해야 했고, 매일 매출실적을 관리당하기도 했다.현대모비스 경영진은 지역영업부의 이 같은 갑질을 파악하고도 방치했다. 두 차례 그룹감사(2010년과 2012년)와 대리점협의회 간담회(2012년)을 통해 부품 밀어내기 실상을 파악하고도 개선을 하지 않은 것이다. 신영호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당시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부사장은 그룹감사 결과에서 밀어내기가 전 사업장에서 발생되고 있으며 그 원인이 과도한 사업목표 설정에서 기인함을 인지하고 있었다"며 "또 대리점 대표들이 현대모비스 부사장 등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여러 차례 밀어내기 행위 시정을 요구했고, 현대모비스 지역영업부(영남영업부)도 자체 시장상황을 분석하면서 밀어내기로 인한 대리점들의 불만이 상당함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현대모비스는 또한 공정위가 두 차례 자체 시정 기회를 주었지만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지난해 6월 현대모비스의 동의의결(사업자의 시정방안이 타당할 경우 위법 여부 판단 없이 사건 종결) 개시 신청 이후 현대모비스측이 내놓은 시정방안이 미흡하자 9월에 다시 2차 시정방안을 제출토록 했지만, 추가 조치 역시 여전히 미흡하다고 판단, 징계하기로 이날 결정했다.과징금과 관련, 공정거래법상 불공정행위에 대한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의 최대 2%까지 부과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국내 정비용 자동차부품 판매에서 매년 6~7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어 법규상 1000억 이상의 과징금이 가능하다. 하지만 공정위는 구입 강제에 의한 매출액 산정이 곤란한 점을 고려해 정률 과징금이 아닌 정액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하고, 대신 중대한 위반 행위임을 고려해 최대액인 5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동일한 혐의로 소송 제기한 남양유업 사건에서 법원이 구입강제 행위 관련 매출액 산정이 미흡하다며 공정위의 정률 과징금 부과 조치를 패소 판결한 데 따른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한편 현대모비스는 공정위 지적 이후 지난해 10월부터 대리점 전산사용료 지원을 시작했고 이달부터 신용보증기금 보증수수료를 지원해 대리점의 담보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