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현행 전속고발권을 그대로 유지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간 소극적인 형사제재로 기업에 면죄부를 주었다는 지적에 대해 경쟁당국이 향후 방침을 제시한 것이다.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은 22일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법 집행 체계 개선 TF 최종보고서’를 발표했다. 공정위는 행정 조치 위주 집행체계로 불공정 행위 근절 및 피해자 구제가 어렵겠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 8월 29일 ‘법 집행 체계 개선 TF(태스크포스)’ 구성해 지난해 11월 중간보고서를 발표(△지자체와 조사권 분담 △사인의 금지청구제 도입 △징벌배상제 확대 △유통 3법(가맹·유통·대리점법)에서의 전속고발제 폐지 등)한 바 있다.TF 논의 과정에서 가장 쟁점이 됐던 것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국정과제로 내세운 ‘전속고발제 폐지’다.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은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의 공소제기가 가능토록 한 제도로, 시장에 미치는 경쟁제한 효과에 따라 법 위반 여부가 달라지는 특수성 때문에 경쟁법 집행기관인 공정위의 전문적인 판단을 존중해야 하며 폐지할 경우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반면 검찰과 중복조사로 혼선을 야기하고 소극적일 경우 기업에 면죄부를 준다는 지적도 있어왔다.현재 공정위는 유통3법과 하도급법의 기술유용 부문, 표시·광고법에서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확정했다.문제는 공정거래법상 전속고발제 폐지다. TF가 작성한 최종보고서에는 3가지 의견으로 갈렸다.전면 폐지해 감찰과 협업을 통해 전문성을 극대화해 중복조사 문제를 해결하자는 찬성 의견이 있었다. 이에 반해 담합 적발에 중요한 자진신고(리니언시)가 작동하지 않는 등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미고발사건에 한해 이의신청제를 도입해 보완해 유지하는 게 낫다는 입장도 있었다.
다수의 의견은 선별적 폐지였다. TF 위원들은 경성담합·보복조치·사익편취·부당지원행위 등 적용 대상범위에 대해 의견은 엇갈렸지만 부분적으로 없애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김 위원장이 이번 TF 보고서는 “참고자료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TF 다수의 의견이라도 공정위의 최종 결정과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현재의 공정거래법상 전속고발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다,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입장을 정리했다.그는 이어 “현행 공정거래법에 형벌조항이 너무 많은데 기업 이슈를 너무 형사화하는 것은 꼭 바람직하지는 않다”며 “전속고발권 문제에 대해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너무 과도한 형사처벌 조항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선진국의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이 경쟁법 위반에 대해 형사벌보다는 과징금이나 이행강제금 등의 금전적 제재가 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형벌 조항을 정비하고 금전적 제재를 어떻게 결합할지 정한 이후 전속고발권을 판단하겠다는 것이다.전속고발권은 검찰과의 협업체계를 어떻게 구축해 나갈 것인지와도 연관돼 있다. 김 위원장은 “검찰과 협업체계 구축을 위한 기구는 상설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임시실무협의채널을 통해 논의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한편 기업분할 등 ‘시장구조 개선명령제 도입’에 대해 공정위는 우선과제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법 개정과 무관하게 내부 규칙 개정이나 집행 개선 등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과제들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정부나 국회 입법으로 이미 발의된 경우는 관련 법안 심의 과정에 충실히 공정위 입장을 전달해 이번 TF 최종보고서 내용을 반영하겠다고 했다.특히 이번 과제와 관련해 법률안이 마련되지 않은 경우는 제도개선특별위원회(위원회 구성 및 역할과 전통적인 경쟁법 이슈 다루는 분과, 경제력집중억제시책을 다루는 기업집단법제 분과, 공정위 조사심의 과정을 개선하고 피심인 방어법 보장 등 절차법을 다루는 분과)를 구성하고, 하반기에 공정거래법을 전면 개편해 정부에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공정거래법상 전속소발권 폐지를 판단하기 위해 형사처벌 조항 축소 등 법적 정비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