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송병승기자] 고등학교 재학 당시 3선 개헌 반대 시위로 무기정학.
서울대 입학. 대학에서 데모하다 2번의 재적. 2년 6개월의 감옥생활.
염색 공장 노동자로서 노동운동의 대부로 등극. 좌파정당 창당 운동과 좌절.
민주자유당 입당. 여당 소속 국회의원이 되자마자 맞은 정권 교체.
야당소속 재선 국회의원으로서의 화려한 투쟁 활동.
최초의 민선 경기도지사 재선. 여당내 친이명박계의 가장 유력한 대안….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인생은 파란만장하다. 혹자는 그에게 ‘변절의 상징’이라고 비난하지만 그가 어떤 분야에 있었던 그 분야에서 최고의 성과를 얻어낸 입지전적 인물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그의 정적을 포함한 모두가 동의하는 바이다.
김 지사는 지난해 재선에 성공한 이후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강연 정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큰 파문을 일으켰던 ‘소녀시대 쭉쭉빵빵’ 발언이나 2009년 ‘식민지 역사 긍정론’ 등도 모두 강연석상에서 나온 실언(?)이었지만 그의 ‘강연정치’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재선 아직 1년도 안지나 대선 나간다 만다 말할 때 아냐"
꼭 이루고 싶은 GTX사업 "내년 착공인데, 빨리 하고 싶다"
전국의 여러 대학을 돌아다니면서 ‘강연정치’에 푹 빠져있는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14일 만났다. 김 지사는 이날 오후 수원대학교 대강당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한민국을 사랑합시다’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반갑습니다. 사랑합니다”라는 인사말로 강연을 시작한 김문수 지사는 유력 정치인이라기보다 동네 아저씨 같은 친근한 첫인상으로 다가왔다.
그는 한 학생의 이름을 부르며 “나와 저 학생이 같은 동네에 사는데 저 학생의 어머니가 미용실을 한다. 나도 그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랐다”며 친근감을 표시했고 학생들과의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 나갔다.
김 지사는 자신의 대학시절과 취업에 관련한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들려주었다. 김 지사는 “저는 미싱, 염색 등의 공장에서 7년 동안 일을 했다”며 “집사람도 전자공장에서 7년 동안 일했다. 그래서 우린 두 사람은 공돌이 공순이 출신”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지난 시절을 회상하며 “어린 시절 저는 무허가 판자촌에 살았고 감옥에 2번 갔으며, 대학에서 재적을 당하고 25년 만에 대학을 졸업했지만 현재 도지사 자리에 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분들 중에서도 훌륭한 사람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며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해 나가면 못할 게 없다고 당부했다.
“밀어주실랍니까?”
강연이 끝나고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학생들과 김문수 지사는 이날 강연에 있었던 내용뿐만 아니라 정치, 경기도 행정 등에 관련된 내용을 주고받았다.
친이계 의원으로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경영학과 07학번 학생은 “차기 대선 주자로 강력하게 거론되고 있는데 대선에 출마 하시나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민감할 수도 있는 질문에 김 지사는 “아직까지 경기도 지산데 밀어주실랍니까?”라는 재치있는 질문으로 답변을 대신 했다.
김 지사는 이어서 “경기도 지사로 재선된 지 1년이 아직 안됐는데 내가 대선에 나간다 안 나간다 하는 이야기를 해야 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많이 관심 가져주시면 한번 생각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행정학부 07학번이라고 밝힌 학생이 “이번 임기동안 반드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 지사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사업”을 들었다. 그는 “세계 최첨단의 고속 철도가 될 GTX 사업을 꼭 이루어 내고 싶다”며 “내년 중에 착공할 예정인데 빨리 착공하고 싶다”고 열의를 밝혔다.
호텔관광학과 08학번 학생의 “경기도에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창립되는데 정확한 시기와 경기도에 어떤 효과를 가져올 것 같나”는 질문에는 “(유니버셜스튜디오가)완성되면 고용 자체로는 적어도 수원 삼성전자보다 일자리가 더 많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김 지사는 “화성 송산면 공룡알 화석지에 드러서는 유니버셜스튜디오의 현재 땅 주인은 수자원 공사인데 유니버셜스튜디오 한국 측 파트너인 롯데, 포스코 등과 땅값이 합의되면 바로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고문 받아보고 감옥도 가봤지만 이렇게 억울한 건 처음”
강연이 끝나고 이어진 기념사진 촬영 중에 김문수 지사에게 다가가 현재 수사 진행중인 정치 후원금 관련 내용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김 지사는 기자가 “정치 후원금 수사를 받고 있던데…”라고 운을 떼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후원금 수사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며 “현재 후원자만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선출마 의향에 대해서 재차 질문하자 강연에서 말한 것과 같이 “밀어줄 것이냐”는 반문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김 지사는 이날 오전 경기도청에서 열린 실 국장 회의에서도 검찰의 후원금 수사와 관련해 “고문도 받아보고 감옥도 가봤지만 이렇게 억울한 경우는 없었다”며 유감의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날 “선관위와 검찰수사는 당연하지만, 다른 사람은 모두 익명으로 처리하면서 언론에 내 사진과 실명이 나오는 것은 심각한 명예훼손이고 이미지 타격”이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야당이면 야당탄압이라고 항변이라도 하는데 명실공히 집권당 소속이고, 언론에서 대권 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사람의 명예를 이런 식으로 훼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불만을 표했다.
김 지사는 또 “‘청렴영생’, ‘부패즉사’는 내 신념이다. 인정머리 없다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후원을 받지 않았고 누구보다 깨끗하다고 확신하며 자부심을 갖고 있다”면서 “검찰이 하루빨리 신속하고 정확하게 수사를 해서 사실을 명백히 가려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임기를 꽉 채운다’고 공약했던 오세훈 서울시장과 달리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임기를 채운다는 어떠한 약속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차기 대선에 나올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며 김문수도 차기 대선 출마에 대해 부인한 적이 없다.
그는 ‘친이명박 성향’의 대선후보라는 여론이 강해지자 한동안 이명박 정부에 대한 돌출성 비판을 이어가다가 지난해 10월에는 “세종대왕, 박정희를 다 합쳐도 이명박 대통령이 역대 최고의 역량을 가졌다”는 닭살 돋는 아부성 발언을 하는 등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