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경쟁당국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회사 간 합병 가이드라인을 예규 수준으로 제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SDI[006400]는 늦어도 8월 26일까지 삼성물산[028260] 주식 404만 주를 매각해야 한다.공정위는 26일 합병 관련 순환출자 금지 규정 해석지침 예규 제정을 의결하고 이날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앞서 지난해 12월 21일 공정위는 내·외부 법률전문가의 자문 결과를 토대로 2015년에 발표한 ‘순환출자 해석기준’ 가이드라인의 일부 내용을 변경하고 이를 예규로 제정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번에 마련한 예규는 순환출자 금지규정 해석에 필요한 용어를 정의하고 합병 관련 해석원칙을 세워 법적 형태를 갖추도록 했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합병 전후 법인의 동일성 판단은 법인등기부등본이나 법인등록번호 등 형식적 기준에 따라 판단하고, 순환출자의 형성·강화 판단은 순환출자 고리별로 하는 것으로 원칙을 정했다.순환출자는 대기업그룹이 ‘A사→B사→C사’처럼 고리형 구조로 연결돼 지배구조다. 공정위는 이런 구조에서는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계열를 지배할 수 있어 경영 부실 등이 생길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회사(그룹 계열사 자산총액이 10조 원 이상인 기업집단)를 대상으로는 신규순환출자를 못하도록 하고 있다. 공정위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일부 고리를 당시 가이드라인에 따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일부 고리를 순환출자 ‘형성’이 아닌 ‘강화’라고 봤다.그러나 지난해 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경우처럼 ‘고리 내 소멸법인’과 ‘고리 밖 존속법인’이 합병하면 ‘순환출자 형성’으로 봐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후 공정위는 예규안을 마련하고 국무조정실 사전규제심사와 이해관계자 의한 수렴 절차 등을 거쳐 지난 21일 전원회의 의결로 예규를 제정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유권해석 변경 결과를 통보하고 6개월의 이행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이에 따라 삼성SDI는 오는 8월 26일 자정까지 404만2758주(23일 종가 기준 5417억 원)를 매각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시정조치나 과징금,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회사 간 합병이 발생하는 경우 이번 예규에 따라 공정거래법을 집행할 계획”이라며 “합병이 예정된 기업집단은 예규를 충분히 숙지해 법 위반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