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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민주평화당과 정의당과의 원내 공동교섭단체 구성이 가시권에 들면서 공동교섭단체의 의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6일 라디오 출연해 "우리나라 교섭단체 문턱이 너무나 높고, 교섭단체들만이 수십 개 국회 운영에 대한 모든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불합리성이 있다"며 "공동교섭단체가 현재 이 국회 판을 바꿀 수 있는가, 그래서 국민과 시대요구에 부합하면서 촛불 개혁의 방향을 더 확고하게 진전시켜나갈 수 있겠는가, 그런 것에 도움이 되는가 아닌가, 이 기준 가지고 면밀하게 검토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국회 운영 전반서 발언권 커져이 대표의 지적처럼 우리 국회는 교섭단체 위주로 운영 중이다. 대한민국 국회법 제33조는 당적에 관계없이 20인 이상의 의원만 모이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는 요건을 명시하고 있다. 교섭단체가 되면 국회운영의 실질적인 핵심 권한인 △윤리심사(징계)요구 △의사일정 변경동의 △국무위원 출석요구 △의안 수정동의 △긴급현안질문 △본회의 및 위원회에서의 발언시간 및 발언자 수 △협상 권한 있는 상임위 및 특별위 의원선임 등에 있어서도 권한을 갖는다.특히 교섭단체마다 대표의원을 둘 수 있는데, 대표의원은 그 정당의 대표가 아니라 교섭단체를 대표하는 의원으로서 통상 '원내대표'라 일컫는다. 교섭단체의 대표의원은 그 단체의 소속의원이 연서·날인한 명부를 의장에게 제출하고, 의원총회를 통해 소속의원의 의견을 종합하여 국회에서의 의사진행과 의안에 대한 태도를 결정한다.다만 국회법 상에는 국고보조금 배분이 한 개 정당이 교섭단체일 경우에만 가능해 공동교섭단체의 경우 금전적 실익은 없다. ▮1963년 삼민회로 시작 의원꿔주기 편법까지이처럼 공동교섭단체 구성의 실익이 큰 까닭에 우리 헌정사에서 이미 6대 국회에서 공동교섭단체가 등장한 바 있다. 1963년 국회에서는 민주당(13석), 자유민주당(9석), 국민의당(6석) 등 군소정당들이 '삼민회'를 조직해 교섭단체로 활동했다. 총선에서 자민련 의석이 17석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하자 민주당에서 소속 의원 3명의 당적을 2001년 초 자민련으로 옮기도록 한 것이다. 그로부터 45년이 지나 18대 국회가 개원한 2008년에는 보수성향의 자유선진당(18석)과 진보성향 창조한국당(2석)이 '선진과 창조의 모임'이라는 이름의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기도 했다. 그러나 양당의 이념과 정책기조에서 공통점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2009년 9월 자유선진당 심대평 전 대표가 탈퇴서를 제출하면서 1년 만에 끝났다. 같은해 4·9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뒤 탈당해 '친박 무소속'으로 4선에 도전해 당선된 김무성 의원은 친박 무소속 의원들과 친박연대 소속 의원들을 묶어 ‘친박 원내 교섭단체’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비치기도 했지만 실현되지는 않았다.마지막 공동 교섭단체인 선진과 창조의 모임 이후에 10년만에 공동교섭단체 제안을 받은 정의당은 6일 의원총회에서 관련 논의를 시작했지만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다만 사안의 성격상 길게 논란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에 최대한 진중하면서도 빠르게 판단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한편 2001년 초에는 새천년민주당(구 새정치국민회의)과 자유민주연합(자민련) 등 DJP 연합은 한나라당에게 밀리며 패배하자 새민주당 의원 3명이 탈당 후 자민련에 입당한 바 있다. 자민련이 원내교섭단체가 될 수 있게끔 한 것인데, '의원 꿔주기'라는 편법이었다. 자민련만이 교섭단체 구성에 어려움이 있었던 만큼 공동교섭단체까지는 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