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미국의 철강관세 효력 발생일(현지시간 23일)이 다가오는 가운데 이번주 한미 간 담판이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측에서 한국을 관세폭탄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는 있지만, 철강관세 면제 문제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연계하고 있어 만만치 않은 담판이 될 전망이다.
▮커들로·나바로 "협상 된다면 추가 관세면제 가능해"
백악관 내 경제사령탑인 국가경제위원회(NEC)위원장으로 새로 지명된 래리 커들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관세부과 결정에 대해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에 대한 관세 면제를 주장하고 있다.
1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 포스트에 따르면 커들로는 지난 11일 방영된 뉴욕 라디오 방송 'AM 970'과의 인터뷰에서 "유럽 국가들을 비롯해 아시아의 우리 동맹국들도 (관세부과 대상에서) 면제될 것으로 단언한다. 중국이 면제를 받지 못하는 유일한 나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커들로는 자유무역주의자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기조를 완화시킬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관세폭탄 사태의 주역으로 꼽히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의 발언도 주목된다.
그는 15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동맹들은 (미국의 관세부과 조치가)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됐던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 대한 우리의 자기 방어라는 점을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이것(관세)은 잘 진행돼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 것"이라면서도 "이달 초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조치 발표 이후 무역과 관련한 거친 대화가 예상되지만,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게 조금 더 우호적인 태도를 취한다면 예외를 적용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 내 대표적인 강경 보호무역주의자마저 동맹국에 대한 관세부과 면제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한국도 철강관세 제외 위해 '막판 총력전' 돌입해
이 같은 미국 내 분위기에 편승해 우리 당국자들도 철강관세를 면제받기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방미 중인 강경화 외교장관은 16일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한미 동맹을 강조하며 한국에 대한 철강관세 면제를 요청했고, 이에 대해 로스 장관은 "한미동맹의 특수성을 잘 이해하게 됐다.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관계자는 "원론적 수준보다 훨씬 더 공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정부가 전방위로 나서고 있는 데다 양국 간에 쌓인 신뢰 등으로 볼 때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는 있다"고 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미 재무부를 설득 중이다. G20 재무장관회의에 참석차 아르헨티나를 방문 중인 김 부총리는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만나 철강관세 면제를 요청할 예정이다. 앞서 김 부총리는 므누신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양국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고려해 한국산 철강을 관세부과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한 바도 있다.
우리 당국자들의 총력전 결과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간 담판에서 결론난다. 방미 중인 김 본부장은 미국이 지속해서 문제로 지적해 온 중국산 철강의 '환적 수출'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중이다.
미국은 안보 협력국에 한해 USTR과 협의를 거쳐 철강 글로벌 공급 과잉 문제 등의 미국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할 경우 면제해주거나 일부 품목에 과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 미 행정부 내에선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국가 면제 대상을, 로스 장관이 품목 면제 대상을 맡고 있으며 상무부가 제외를 위한 절차를 마련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