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윤슬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정부 개헌안이 26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이날 문 대통령은 개헌안 발의 입장문을 통해 야당의 반대에도 발의를 강행한 데 대해 △촛불민심의 구현 △동시투표 대국민 약속 실천 △대선과 지방선거의 동시실시 기회 △자신이 아닌 국민 위한 개헌 등 네 가지 명분을 들어 국회를 압박했다. 그러나 개헌안이 담고 있는 '권력구조', '토지공개념' 조항 등에 대해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이제 국회는 60일의 심의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해야 한다. 시간과의 싸움에 돌입한 국회가 대통령 개헌안에서 충돌하고 있는 핵심 쟁점은 무엇인지 짚어봤다.▮ 권력구조 개편, 4년 연임제 vs 책임총리제대통령 개헌안의 핵심 쟁점으로 꼽히는 사안은 권력구조 개편이다. 여야는 권력구조 개편 문제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은 지난 22일 개헌 브리핑에서 5년 단임제보다 4년 연임제를 선호하는 국민 여론이 훨씬 높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4년 연임제를 채택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정부 개헌안에 명시된 ‘4년 연임제’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김현 대변인은 논평에서 "다수 국민의 뜻인 대통령 4년 연임제의 채택은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며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나눈다는 것은 분단국가의 위기관리와 국정 현안 대처에서 혼란을 불러올 수 있어 현명하지 못하다"라고 했다.그러나 야권에서는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지 않은 채 이뤄지는 '4년 연임제'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4년 연임제가 오히려 이번 개헌의 발단이 된 '제왕적 대통령제 폐단'을 심화하는 개헌안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제왕적 대통령제 폐단을 고치고 분권형 개헌을 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선출 또는 추천하는 책임총리제의 도입이 필수라는 입장이다. 야당은 국무총리의 선출이나 추천 권한을 국회가 행사하도록 하는 게 분권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라고 보고 있다.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전날 "책임총리제만 실현된다면 한국당은 개헌의 완성을 위해 사실상 모든 것을 걸겠다. 국무총리는 국회가 선출해야 한다"고 했다. 바른미래당도 총리는 국회에서 선출하거나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안을 주장한다.범여권인 평화당·정의당은 국회의 국무총리 추천 방안을 제시했다. 여당이 연정 등을 통해 원내 다수파를 형성한 뒤 총리를 추천토록 하자는 것이다. 여권과 가까운 성향인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국회가 총리를 선출하진 않더라도 추천할 순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토지공개념에 보수야당 "시장경제 포기"여야는 또 ‘토지공개념’ 등 경제조항에 대해서도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토지공개념은 국가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토지의 소유나 처분을 적절히 제한할 수 있다는 개념으로 이미 현행 헌법에 녹아 있는 개념이지만 관련 조항을 더욱 구체적으로 명시했다.한국당은 토지공개념이 명시된 개헌안 발표 직후 "(문재인) 정권의 방향이 사회주의에 맞추어져 있음을 재확인시켜주는 충격적인 내용이다. 자유시장경제 포기 선언과 다름없다"는 등의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특히 이 내용 그대로 개헌안이 통과될 경우 토지 개발에 대한 이익 환수나 부동산 소득 과세가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한국당이 '사회주의 개헌'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이자 민주당은 '색깔론'이라고 일축하면서 "경제민주화와 토지공개념은 헌법이 선언하는 민주공화국의 가치와 정신을 총체화한 개념"이라고 응수했다. 추미애 대표는 "대통령 발의 개헌안에서 가장 귀가 번쩍 뜨이고 눈이 확 뚫어지는 것이 토지공개념의 도입이었다.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이용을 위해서 필요한 경우에 권리나 사용을 제한할 수 있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는 게 토지공개념"이라고도 했다.그러나 한국당 등 야당에서는 토지공개념 명시는 자유시장경제 포기 선언과 다름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국회의 개헌 논의 과정에서 또 하나의 쟁점 요소가 되고 있다. 특히 일반 시민들과 기업, 건설업계 등도 다양한 입장에서 찬반을 표명하고 있어 개헌안과 관련한 최대 경제 화두로 부상할 조짐이다.▮노동권 확대에 보수야당 "기업 경영환경 위축"여기에 대통령 개헌안에서 ‘노동권’을 크게 강화하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지자 국회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당 등 보수야당에서는 지난해 양대지침 폐기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친(親)노동 개헌안이 통과될 경우 기업들의 상당한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지난 20일 공개한 개헌안에는 '근로(勤勞)'라는 단어를 '노동(勞動)'으로 바꾸는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노동자에 대한 정당한 대우 및 양극화 해소 △노동자 기본권 강화 △고용안정과 ‘일과 생활의 균형’에 관한 국가 정책 시행 의무 신설 △노사 대등 결정의 원칙 명시 등이 대통령 개헌안에 담겼다.이같은 개헌안에 대한 반발은 한국당에서 특히 거세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이날도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고 파탄 지경에 이른 중산층과 서민을 살리기 위해 중대한 결심을 해야 할 시점에 왔다. 만반의 준비를 해 좌파폭주를 막는 국민 저항운동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또 "문재인 정권은 좌파 이론인 소득주도 성장론을 앞세워 경제실험을 하고 있다. 거리에 청년실업이 넘쳐나고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소기업들은 살려달라고 아우성인데 주사파만 잔치를 벌이고 전교조와 민주노총만 행복한 나라가 돼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