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국민연금이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할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당초 연말에나 시행될 것처럼 알려졌지만 7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의결되면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막대한 자금을 운용 중인 국민연금이 '주총 거수기'의 꼬리표를 떼고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주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고려대 산학협력단은 국민연금의 의뢰를 받아 '국민연금 책임투자와 스튜어드십 코드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작성해 왔다. 이 보고서가 국민연금에 전달돼 7월 기금운용위원회 심의를 목표로 세부지침 제·개정 작업이 진행중인 것으로 보인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의 수탁자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지침을 말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약 621조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그 중 21%인 131조원를 국내 주식에 투자해 국내 자본시장의 '공룡'이라 불리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국민연금은 막대한 지분을 가지고도 주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거수기'나 '찬성자판기' 등의 오명이 뒤따랐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횡령·배임 등으로 물의를 빚은 재벌 오너의 사내이사 재선임 등의 민감한 사안에 대해 기권이나 중립 의사를 밝힌 적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 '행동하는 주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보고서에는 국민연금이 책임투자를 위해 기업지배구조 가이드라인 및 중점관리사안 제시, 기업지배구조 관련 제도 개선 등 다양한 유형의 주주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에는 또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주주제안을 하거나 임원후보를 추천하고, 위임장 대결을 벌이는 등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권고하는 내용과 주주 대표소송이나 손해배상소송(집단소송 포함)을 제기하고 참여하는 방안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보고서에는 국민연금이 비공개로 투자회사와 질의서·의견서 등 서신을 교환하고, 투자대상회사 이사회·경영진과 미팅도 하며 이 같은 비공개 주주활동에도 투자회사가 스튜어드십 코드에 어긋난 경영활동을 하면 공개서한을 발송하거나 중점감시회사로 지정해 명단을 공개하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에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강화 움직임에 재계가 반감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할 때 주주활동 유형과 범위, 절차 및 기준, 법규 준수 절차와 같은 구체적인 내부지침을 마련하도록 제시한 내용도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