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소기업 성장 도모하는 동반성장위원회는 반기업 성향 인사 대거 포진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에 '자발적 개혁' 요구 꾸준
[매일일보 이우열 기자] 정부의 잇따른 반(反)기업 정책이 기업 활동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삼성의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공개 방침을 고수하고 있으며 출범을 앞두고 있는 동반성장위원회 공익위원 대부분은 반기업 성향을 가진 인사로 구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들에 자발적 개혁을 요구하는 등 전방위적 압박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와 삼성이 ‘작업환경 측정결과보고서’의 대외 공개 여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이 보고서는 기업 소유 공장의 측정 위치도, 공정별 화학물질 사용 상태, 라인별 근로자 수 등이 담긴 문서다.
삼성은 해당 보고서에 수십년간 쌓아온 기업 영업비밀 사항들이 다수 담겨있어, 이해관계자 이외에는 공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중국 기업들이 이를 입수하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더해진다.
반면, 고용부는 해당 보고서에 영업비밀로 볼 만한 내용이 없으므로 공개 가능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 문제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로 넘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6일 산업부에 충남 온양 반도체 공장에 대한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내용이 국가핵심기술인지 판단해달라고 요청했고,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주 중 산업부에 충남 탕정 LCD 패널 공장의 작업환경 측정보고서가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요청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이르면 다음주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산하 반도체전문위원회를 열고 이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향후 진행 결과에 따라 삼성 뿐만 아닌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관련 기업들도 기밀유출 우려에 연결될 수 있다.
또 오는 17일 출범을 앞두고 있는 제4기 동반성장위원회 공익위원 9명 중 6명이 반(反)대기업 성향의 인사로 알려졌다. 동반성장위원회는 2010년 12월 출범한 민간 기구로,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 문화 조성 확산을 목적으로 한다.
업계에 따르면 제4기 동반위는 총 30명으로 구성됐다. 권기홍 전 노동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해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등 대기업 관계자 8명과 중견기업인 2명, 중소기업인 10명, 공익위원 9명이다.
공익위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자 사이에서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데, 이 중 대다수가 반기업 성향인 것에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회의 결과가 한 쪽으로 치우칠 수 있다는 것.
이밖에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들에 ‘자발적 개혁’을 주문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 이후 주요 그룹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며 지배구조 개선 등에 대한 압박을 지속해왔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주총 시즌을 기점으로 각 그룹들의 개혁안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하반기 강력한 규제 도입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공정위는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편 현황을 반기별로 조사해 공개한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하소연할 곳도 없고, 지금 기업들은 그야말로 외딴 섬에 갇혀있는 기분”이라며 “전방위적인 옥죄기에 기업인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