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예술극장, 안톤 체홉을 위한 오마주 '공포' 내달 4일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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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예술극장, 안톤 체홉을 위한 오마주 '공포' 내달 4일 공연
  • 김종혁 기자
  • 승인 2018.04.17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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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귀 작가의 탁월한 극작술이 돋보이는 “한국산 체홉극”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제39회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공포>가 05월 04일 부터 13일 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 사할린, 유배지로 악명 높은 러시아 변방의 섬.
  • 극중 주인공 안톤 체홉은 험난한 사할린 여행에서 돌아와
  • 농장을 경영하는 친구 실린의 집을 방문한다.
  • 실린의 아내 마리는 체홉을 반갑게 맞이한다.
  • 체홉에 잇따라 실린의 집을 방문한 조시마 신부는
  • 음주벽으로 쫒겨난 하인 가브릴라를 다시 맡아달라 부탁한다.
  • 때마침 돌아온 실린은 마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브릴라를 받아들인다.
  • 실린과 체홉, 마리의 사이에는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 실린은 체홉에게 기이한 내기를 제안한다.
연극 <공포>는 러시아의 작가 안톤 체홉이 사할린 섬을 여행하고 돌아와 발표한 동명의 단편소설과 체홉의 사할린 경험을 합쳐 새롭게 창작한 “한국산 체홉극”이다. 체홉은 작품을 통해 늘 ‘인간의 삶과 행동의 문제’를 지적해왔다.
체홉의 발자취를 살펴보는 게 이 시대 우리에게 의미가 있는 이유는, 그의 작품에서 드러난 ‘인간의 삶’의 문제들이 여전히 우리에게 새로운 시험의 순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드러내는 시험 앞에서 얼마나 무력해지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인간이고 싶어하는지... <공포>는 이를 차분하게 그려낸다.

“안톤 체홉은 왜 병든 몸을 이끌고사할린에 갔을까?”
얼어붙은 대지와, 몰아치는 바다와,
산다는 것의 의미를 잃어버린...
인간의 그림자만 하염없이 일렁이는,
신(神)조차 눈을 감아버린 그곳에.

19세기말 20세기 초 러시아의 지식인이 보여주는 솔직한 인간성은 삭막하게 개체화된 21세기 대한민국의 우리에게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하나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가난하고 낮은 자들에게 보여주는 깊은 동정과, 욕망을 바라보는 차디찬 이성, 그 욕망을 어찌하지 못하고 고통 받는 연약함... 이들이야말로 진실치 못한 인간은 가질 수 없는 근대적 인간의 모습이며, 19세기말 러시아와 21세기 초 우리 사이의 간극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가져야 할 인간성에 대한 진솔한 물음과 대답이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누구나 일상에서 만나는 불안과 공포를 그린 작품!

<공포>에는 삶의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검고 깊은 구멍이 보인다. 매일의 일상에서 문득 문득 존재를 드러내는 심연, 침묵, 그리고 공포...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다가올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알 수가 없다. 이 극에서 실린이 느끼는, 아니 사실은 체홉이 느꼈을 공포는 19세기 말 근대라는 문명의 전환기가 깨어 나오는 고통일 것이다. 그 알을 깨는 아픔과 고통은 21세기초, 지금 우리에게도 계속되고 있다.

삶의 불가해함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산다는 것 자체에 공포를 느끼는 농장주 실린과 거친 삶이지만 사는 거 자체가 “인간의 의지”임을 알고 있는 하인 가브릴라. 신의 작은 말씀에도 귀 기울이는 조시마 신부와 “신은 자신을 만끽하고 있을 뿐”이라는 요제프 신부. 이들의 대비와 각각의 캐릭터들이 삶을 대하는 방식을 지켜보며 관객은 자기 삶을 반추하게 된다.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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