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30여년 만에 삼성그룹 총수를 이건희 회장에서 이 부회장으로 변경·지정했다. 또 롯데그룹에 대해서도 신격호 명예회장에서 신동빈 회장으로 총수를 변경했다. 지분율 요건과 지배적 영향력에서의 중대·명백한 사정변경이 그 사유다.1일 공정위에 따르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공시대상·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발표 사전 브리핑에서 "삼성과 롯데는 기존 동일인이 지분요건 내지는 지배력 요건을 충분히 행사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지난 1년 동안 그룹 전체적으로 중요한 사정변경이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동일인 지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총수 변경을 발표했다.‘동일인’은 특정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 또는 법인으로, 동일인이 정해지면 친족·비영리법인·계열사·임원 등 동일인 관련자 범위를 결정하고, 기업집단 소속회사의 범위를 확정하고 있어 대기업집단 정책의 기준점으로 인식된다.김 위원장은 "동일인은 지분 요건과 지배력 요건이 판단 기준으로, 공정위 정책에 대한 시장의 예측 가능성 확보가 목표"라며 "동일인이 사업, 추진 결정을 책임지도록 하는 구조를 명확히 하는 의미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배력 요건을 판단할 때 그룹 전체 조직과 사업 구도와 관련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누가 했느냐를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김 위원장의 발언을 기준으로 보면 △미래전략실 해체 △삼성의 계열회사 임원변동 △인수·합병 등 소유지배 구조상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는 결정을 이 부회장이 했기 때문에 총수를 이 부회장으로 변경하는 것이 삼성의 계열 범위를 잘 포괄할 수 있다는 것. 롯데그룹의 총수를 신 회장으로 변경한 역시 신 회장이 롯데 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임원변동 등 역시 소유지배 구조상 중대한 변화를 발생시켰다는 것이다.이번 동일인 변경으로 공정위가 지정하는 삼성그룹의 기업집단 변경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공정거래법상 부친이 동일인일 경우 배우자와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등이 관계자로 분류되는데, 자녀가 동일인의 지위를 물려받으면 기존 6촌 혈족과 4촌 인척은 각각 7촌 혈족과 5촌 인척으로 바뀌게 돼 이들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이 있다. 그러나 삼성그룹은 계열사의 개인 지분 비율이 높지 않은 점, 이 부회장이 배우자가 없는 점 등 때문에 이번 지정 변경으로 공정위의 계열회사 재분류 등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면은 없다는 분석이다.다만 삼성그룹 계열사에 대한 각종 서류 제출 등의 의무와 함께 사익편취 금지 등의 규제를 위반했을 경우 앞으로는 법적 책임을 총수로 지정된 이 부회장이 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