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문화재청은 2012년 매입한 미국 워싱턴 D.C.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이하 ‘공사관’) 건물의 복원공사를 모두 마치고, 5월 22일 오전 10시 30분(미국 동부 현지 시각) 워싱턴 D.C.에서 개관식을 개최한다고 15일, 밝혔다. 개관식 날짜는 1882년 5월 22일 맺은 ‘조미수호통상조약’ 날짜에 맞췄다.
애초 공사관 건물은 1877년 미국 남북전쟁 참전군인 출신 정치인이자, 외교관인 세스 펠프스(Seth L. Phelps)의 저택으로 건립되었던 것으로, 1882년 미국과 수교한 조선은 1889년 2월 이곳에 주미공관을 설치했다.
이후 1893년 개최된 시카고박람회 참가 준비 등 16년간 활발한 외교활동의 중심 무대로 쓰였으나, 1905년 11월 대한제국이 을사늑약으로 일제에 외교권을 빼앗기면서 공사관의 역할도 멈췄으며, 1910년 한일강제병합 직후에는 소유권마저 일제에 단돈 5달러에 넘겨지고 말았다.
이후 공사관 건물은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아프리카계 군인들의 휴양시설과 화물운수노조 사무실, 그리고 개인주택 등으로 사용됐고,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2003년 이민 100주년을 계기로 한때 재미교포사회에서 공사관 매입 움직임이 있었으나 성사가 되지는 못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정부차원의 매입 필요성을 느끼고 문화유산국민신탁을 통해 전(前) 소유자(젠킨스 부부)와 협상해 2012년 10월 매매가 이루어지면서 일제에 공사관을 빼앗긴 지 102년 만에 다시 소유권을 되찾아왔다.
문화재청은 공사관 매입 이후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하 ‘재단’)을 위탁관리자로 지정(2013.1.)해 정밀실측조사를 마쳤고(2013.11.), 국내외 각종 문헌과 사진자료 등을 바탕으로 보수·복원 공사를 하여 지난 3월 12일 최종 준공했다.
공사관은 조선 후기 동북아시아의 구질서를 극복하고, 더 큰 외교적 지평을 열고자 했던 고종의 자강․자주외교 정신을 상징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현존하는 대한제국 외교공관을 통틀어 유일하게 원형을 간직한 단독건물이란 점에서 문화재적 가치도 매우 크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 워싱턴 D.C. 안에 있던 19세기 외교공관 30여개 가운데 내외부의 원형이 남아 있는 유일한 건물로 확인되어, 미국의 외교사적 측면에서도 역사적 가치가 매우 크다.
문화재청은 오는 5월 22일 오전 10시 30분(美 동부시각) 공사관이 있는 로건서클 역사지구(Logan Circle Historic District) 내 공원에서 김종진 문화재청장, 주미한국대사관 관계자, 미국 정부·의회 인사, 1882년 당시 공관원들(박정양, 이상재, 장봉환)의 후손, 재미교포 대표, 현지주민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사관 개관식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1905년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박탈당한 이후 113년 만에 국기를 게양하는 행사가 특별히 마련되었다. 게양자로는 독립유공자이자, 초대 공관원이었던 월남 이상재 선생의 증손이 직접 맡기로 했다.
현재 공사관 1~2층은 국내외에서 발굴된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각종 문헌과 사진자료 등을 바탕으로 복원·재현하였으며, 특히, 이번 복원 작업에서 1943년 훼손된 천장과 계단실을 원래 상태로 복원했다.
이와 함께 복원과정에서 발굴된 수행인용 계단의 흔적을 그대로 남겨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게 했다. 3층 전시관에는 한미관계사 등이 전시패널과 영상자료를 통해 전시된다. 또한, 건물 주차장으로 사용되어 오던 외부공간은 꽃담, 불로문(不老門), 박석(薄石) 등을 설치해 과거의 건물을 현재적 관점에 맞춰 한국정원으로 꾸며, ‘미국 속의 한국’이라는 공간적 의미를 재해석하여 한국적인 멋과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장소로 새롭게 조성했다.
공사관은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반인에게 공개되며 관람료는 무료이다. 영어와 한국어가 모두 가능한 안내 해설사가 배치되고 인터넷 사전 예약과 현장 접수 방식으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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