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윤슬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일명 '드루킹 특검법' 공포안을 심의·의결했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 대한변협에 특별검사 추천을 요청, 특검수사가 빠른 시일내 착수될 전망이다. 특검안을 주도한 자유한국당은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와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실장 등 드루킹 사건 관련자들은 물론이고 수사를 지휘한 이주민 서울경찰청장까지 벼르고 있다.
▮특검 전 송인배 조사 주목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드루킹 특검법'과 관련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오전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송 실장을 소환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응할 계획인가'라는 물음에 "경찰이 부르면 가야겠죠"라고 답했다.
앞서 전날 이주민 청장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이번 사건 수사를 특별검사팀에 넘기기 전 송 비서관을 소환 조사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검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송 실장은 김 후보를 드루킹에게 소개하는 등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청장은 또 김 후보도 다시 소환할 수 있다고 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송 실장은 드루킹이 이끌고 있는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을 2016년 6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총 네 차례 만났다. 그 중 두 차례 만남에서 100만 원씩 총 200만 원의 사례비를 받았다. 또 송 실장은 김 후보에게 드루킹을 소개해 준 장본인이라는 설명이다. 청와대는 송 실장의 자진 신고로 민정수석실이 조사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며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종결,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경찰 조사 결과 혐의점이 드러날 경우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타격이 불가피해진다.
▮벼르는 한국당 "경찰도 수사 대상"
하지만 경찰의 수사를 믿을 수 없다는 게 한국당의 입장. 한국당은 경찰의 부실수사를 비판하며 이 청장 등을 벼르고 있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 청장은 수사주체가 아니라 수사대상"이라며 "더 이상 출세욕은 버리고 자신에게 향할 특검수사를 기다릴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차기 경찰총수직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이 청장의 정권실세 감싸기가 눈물겹다"며 "이 청장이 '김경수 구하기'를 시도했다가 곤욕을 치른데 이어 이번엔 '송인배 감싸기'로 노무현 청와대 옛 동료들과의 끈끈한 동지애를 과시하고 있다"고 했다. 이 청장은 최근 송 실장이 김 후보를 드루킹에게 소개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40여일 동안 이를 이철성 경찰청장에게 보고하지 않아 논란이 된 바 있다.
장 대변인은 또 "이 청장은 반성은 커녕 '시작 단계에서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부분은 인정한다'고 말한 이철성 경찰청장에 대해 '축소·은폐라고 얘기하면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며 반박성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며 "직속상관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청와대만 바라보는 권력지향적 정치경찰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은 중앙지검장이 망치고 있고 경찰은 서울청장과 울산청장이 망치고 있다"며 "검·경에서 정의와 형평이라는 말은 사라진지 오래고 오로지 은폐·조작·맹종만 남았다"고 했다.
▮ 국회, 변협에 특검 후보 요청
특검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법 시행일로부터 사흘 내에 대통령에게 특검 임명을 서면으로 요청하고, 대통령은 요청서를 받은 날로부터 사흘 내에 야3당 교섭단체가 대한변호사협회에 특검 후보자 추천을 의뢰해야 한다. 변협이 4명을 추천해 야3당 교섭단체에 보내면 이를 2명으로 추려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추천하게 된다. 대통령은 이 가운데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해야 한다.
이와 관련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70주년 개원기념식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드루킹 특검' 임명과정에 대해 "오늘 정부에서 특검법을 공포하면 정세균 국회의장이 대한변협에 특검 추천을 하기로 했다. 앞으로 특검 준비절차를 거쳐서 조속한 시일 내에 특검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특검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자 역대 13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