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20대 후반 A씨는 현재 시간당 7699원으로 209시간 기본급 161만원을 받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600%였던 상여금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올해 200%에 그쳤다. 잔업과 특근 수당으로 약 220만원을 받는 A씨는 내년부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산입되면 오히려 연봉이 줄어든다고 걱정한다. 차라리 최저임금을 내리는 대신 상여금을 원래대로 복구하고 잔업시간을 늘리는 게 낫다는 것이다.#부산에서 대학생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택시기사 B씨는 한 달 월급 5만원 인상할 경우 일 사납금 6500원을 인상한다는 회사의 방침을 받았다. 이 경우 한 달 사납금은 작년보다 16만2500원을 더 내는 꼴이다. 최저임금 인상 전보다 한 달에 11만2500원 소득이 줄어들었다.#국내대기업 2곳과 거래하는 1차 협력사 중소기업 사장 C씨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직원 급여지급에 반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월 6500만원, 연간 약 8억원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그러나 대기업 납품가는 지난해와 동일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인건비 상승시 납품단가 인상 요구권을 보장하는 정책을 시행한다고 하지만 뒤늦은 조치라는 평가다.최저임금인상 후 겪고 있는 서민들의 고통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채우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을 위해 정부가 올해 최저임금을 16.4% 올리면서 사업장, 가계 할 것 없이 도미노처럼 줄줄이 영향을 받고 있다. 인건비 상승에 따라 취약 사업장에서 고용을 줄이는 것은 기본이다. 더 나아가 노동시간까지 줄었다. 매출액 등 생산성이 지난해와 다를 바 없는 고용주 입장에서는 기본급을 늘리는 대신 노동시간을 줄여 지급해야 할 총 인건비를 작년 수준으로 맞출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최근 여러 사업장에서 유급 노동시간이 줄고 무급 휴게시간이 느는 모습도 보인다. 장기근로자를 단기 근로자로 전환해 고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4월 전년대비 1~17시간 단시간 근로자는 7만2000명 늘고 주45~53시간 근로자는 33만3000명 줄었다.줄어든 노동시간으로 인해 가계소득은 최저임금 인상효과가 상쇄되거나 심지어 더 줄기도 했다. 정기상여금이나 복리후생비 일부를 내년부터 포함하도록 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전에 기업은 이미 올해 최저임금 인상 이후 이를 기본급에 녹이기 시작한 것. 고용노동부는 2500만 명 중 약 21만6000명의 노동자 정도가 최저임금에 따른 기대이익이 감소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낙관적인 분석이다. 이들의 실질소득은 식료품, 외식물가 등의 체감물가 급등으로 더 줄어들고 있어서다.31일 KDI가 발표한 '경제동향'에 따르면 전반적인 물가상승률(근원물가상승률 1.4%)은 낮지만 서민 생활에 필수적인 농축수산물가격의 상승폭은 전월 대비 5.1%나 올랐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는 4월 기준 서민들이 즐겨 찾는 콜라, 즉석밥, 설탕 등의 가격이 지난해보다 각각 11.9%, 8.1%, 6.8% 씩 급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