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지금까지의 국악공연사에서 ‘광무대’만을 테마로 펼쳐진 공연은 없었다. 문화재청이 주최하고 한국문화재재단이 주관하는 ‘덕수궁 풍류’에서 선사하는 7월 특별공연은 ‘광무대 조선극’이다.광무대(1907~1930)는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극장(사설극장)으로, 단성사(1907년 6월)보다 한 달 먼저 설립됐다. 동대문 안 전기철도기계창을 고쳐서 극장으로 탈바꿈시킨 극장으로, 국악공연사에서 큰 비중을 갖는 것은 명실상부 근대시기에 ‘국악 및 연희의 상설공연장’으로서 전통예술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 했다.덕수궁 풍류에서 만나는 ‘광무대 조선극’은 광무대의 레퍼토리를 당시의 모습으로 재연(再演)하거나 과거의 자료를 바탕으로 오늘날의 관객이 좋아할 수 있도록 재현(再現)한 공연이다. 여기에선 국악(구극)뿐만 아니라, 익살스런 재담(才談, 코미디)과 전문적인 기예(技藝, 아크로바틱)를 통해서 당시 경성사람들의 삶에 활력소가 되어줬다. 현재 국악분야의 많은 공연레퍼토리가 광무대에 시작한 것이 많으며, 아울러 예전 광무대에서는 공연되었으나, 오히려 요즘은 사라진 레퍼토리도 있다.아래 매일신보에 게재된 다음의 기사내용은 광무대 공연이 당시 얼마나 큰 인기를 끌었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 광무대 신 연희를 날마다 가서 보았지만, 참 허리가 얇아서 웃을 수가 있어야지요. 재미있는 중에도 왜말 하는 도화가 아주 이찌방(일등)이던 걸이요. <매일신보 7권 360쪽(4면) 1914.10.06>
◇4개의 주제, 다채로운 가무백희 舞蹈樂戱 의 종합공연이번 공연은 우리나라 공연사에서 ‘광무대’에서 시작된 가(歌, 노래), 무(舞, 춤), 악(樂, 연주), 희(戱, 기예)를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종합구성물 형식으로 진행된다. “광무대 조선극”은 4주에 걸쳐서 4개의 주제(주요인물 및 공연형태)를 정해서 펼쳐진다. 첫째, 경성방송국, 둘째, 유성기음반, 셋째, 극장(광무대)공연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광무대’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당시 경성방송국 (JODK)과 유성기음반(SP RECORD)을 통해서 인기를 끌었던 레퍼토리를 두루 포용한 공연을 만나 볼 수 있다.◇광무대를 중심으로 한 “스토리텔링” 콘서트이번 공연을 ‘광무대’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스토리텔링을 살린 공연이다. 광무대의 집표원(集票員)을 등장시켜서, 초창기 동대문에 광무대가 있던 시절의 풍속을 재현한다. 음악극의 대본작업과 해설은 음악평론가 윤중강씨가 참여했다.7월 5일 | 광월단(光月團)과 무동극(舞童劇), 그리고 홍난파
광무대에서는 광월단(光月團))이라고 하는 전문예술단체를 두고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여기에는 명창명인도 있었지만, 특히 소년소녀들의 기예가 사랑을 받았다. 이를 가리켜서 무동극(舞童劇)이라 했다. 광무대는 조선의 전통예술인 구파(舊派) 배우가 중심이 되었지만, 홍난파와 같은 바욜링(바이올린) 연주자들도 등장했다. 여창가곡 <이수대엽>, 대금연주 <청성곡>, 죽방울 놀이, 회심곡(回心曲) & 경성좌창(燕京坐唱), 소년승무, 창가조(跳舞調) 가야금병창, 홍난파 재연 <애수의 조선>등 다양한 음악연주 및 공연들을 선보일 예정이다.7월 12일 | 강흥식과 이은파, 그리고 평양날탕패근대시기 SP음반을 통해서 큰 인기를 끌었던 남녀가수 강홍식, 이은파를 재연할 예정이다. 강홍식은 근대 당시 가수, 배우, 감독으로서 맹활약을 했으며, <처녀총각>이라는 노래를 최초로 부른 가수이다. 이은파는 신민요를 불러서 그때 당시 많은 인기를 얻었다.신민요는 전통적인 민요의 변형된 형태로 일제강점기 많은 사람들에게 조선인의 자긍심을 심어준 노래이기도 하다. 또한 광무대의 공연에서 평양출신들의 예인들이 인기를 끌었다. 이런 그룹 중에 평양날탕패가 있었으며 처음에는 남성들로 구성되었고 점차 여성으로 바뀌었다. 공연 내용으로는 강홍식 재연 및 이은파 재연, 평양낭탈패 재연, 박승필 재연 및 소녀검무를 선보일 예정이다. 덕수궁 정관헌에서 들리는 SP음반과 함께 그 당시의 노랫가락의 흥겨움을 들려줄 예정이다.7월 19일 | 백운학과 윤심덕, 그리고 삼명창(3名唱)근대시기 5대명창 중에서 특히 공연활동이 많았던 송만갑, 김창환, 이동백의 소리를 복원해 본다. 이 소리는 SP음반에 녹음된 소리로 현재 젊은 소리꾼들이 최대한 원음에 가깝게 재현할 예정이다. 세 소리꾼의 흥겨운 가락과 더불어 광무대에서 가장 인기가 있었던 무용레퍼토리 중 ‘시사무’(활쏘기 무용화)를 덕수궁 정관헌에서 최초로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조선의 가곡을 널리 알리는데 크게 기여한 하규일(1867년 ~ 1937년)과 광무대의 핵심적인 소리꾼 이동백, 백운학이란 예명으로 활동하며 오늘날 거문고산조의 기틀을 확립한 백낙준,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로 알려진 윤심덕 등 근대시기 내로라하는 소리꾼들을 불러낸다.7월 26일 | 박춘재, 신불출, 그리고 명치좌광무대는 큰 인기를 끌다가 1930년 화재로 인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광무대에서 시작된 공연형태는 이후 여러 극장을 통해서 이어졌다. 경성의 공연장 중에서 광무대, 단성사등과 함께 주목해야 할 극장이 훗날의 ‘명치좌’. 이 공연은 명치좌를 중심으로 해서, 당시의 공연이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지를 알게 해주는 음악극이다. 이름하여 “희망가 1930, 너희 희망이 무엇이냐”백춘재 재연, 신불출 재연, 박향림 재연, 이난영 재연, 이태리 정원 등 다양한 근대 시기의 음악극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일제강점기에 유행한 ‘만요’를 통해 당시의 해학과 풍자, 그리고 당시의 유행을 선도한 모던 보이, 모던 걸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덕수궁 풍류’는 2010년 처음 시작되어, 올해로 9년째를 맞이하는 공연으로, 품격 있는 고궁 야간 문화콘텐츠 확충을 위해 기획된 전통 국악 공연 프로그램이다. 공연이 펼쳐지는 덕수궁 정관헌은 이름 그대로 덕수궁 일대와 근대시기를 ’조용히 내려다 보고(靜觀)’있던 곳이다. 7월 덕수궁 풍류에서 선사하는 특별공연 ‘광무대 조선극’을 통해 근대시기 경성의 모던 보이, 모던 걸이 되어 잠시 무더운 여름을 벗어나 보자. 7월 덕수궁 풍류 특별공연 ‘광무대 조선극’은 7월 5일부터 26일까지 기간 중 목요일 오후 7시, 덕수궁 정관헌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