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자유한국당의 개혁을 이끌 혁신비대위원장으로 의결된 김병준 전 교수가 17일 잘못된 계파와 싸우다 죽어서 거름이 되면 큰 영광이라며 당내 계파 척결 의지를 나타냈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위원회를 열고 김 교수를 만장일치로 추인했다. 김 신임 비대위원장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한국정치를 반역사적인 계파논리와 진영논리에서 벗어나게 하는 그런 소망이 있다"며 친박(친박근혜계) 대 비박(비박근혜계), 잔류파 대 복당파 등으로 복잡하게 갈라져 있는 당의 탈계파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실정치를 인정한다는 이름 아래 계파논쟁과 진영논리를 앞세우는 정치를 인정하고 적당히 넘어가라고 이야기하지 말아달라"며 "잘못된 계파논쟁과 싸우다 죽어서 거름이 되면 제게 큰 영광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장 후보 4인에 대한 선호도 조사 결과 친박과 비박 등 거의 모든 계파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등 순탄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가 과연 한국당 개혁을 제대로 이뤄낼 수 있을지에 대해 비관론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 한국당 내에서는 비대위 활동 기간과 성격 등에 대한 총의가 모이지 않은 상태. 김 비대위원장이 계파척결에 나설 경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세력에서 김 비대위원장의 활동 기간을 최소화 한 '관리형 비대위'를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김 비대위원장은 당내 반발에도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이날 비대위원장 권한과 활동을 묻는 질문에 "당헌·당규 따라 비대위원장은 당대표 역할이다. 당의 아주 많은 분야를 많이 바꿀 것"이라며 "혁신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이라고 했다. 친박계가 요구한 전당대회 준비형 비대위가 아닌 비박계의 쇄신작업을 포함한 전권형 비대위 체제로 가겠다는 것을 암시한 셈이다.
다만 그는 계파 간 갈등의 또다른 불씨인 공천권에 대해서는 "당장 혁신비대위가 얼마나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남은 선거 기간을 생각하면 공천권을 행사하기가 힘들다"고 부정했다.
한편 김 비대위원장과 한국당 내 계파와만 싸워야 하는 게 아니다. 노무현 정권 인사라는 꼬리표로 인해 잡음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도 노무현 정부 때 행정관과 대통령 1·2부속실장을 지내며 김 비대위원장과 함께 근무했던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쪽 일을 하면서 당신의 출세를 위해 노무현 대통령님을 입에 올리거나 언급하지 말아 주길 당부드린다"며 "당신의 그 권력욕이 참 두렵다"고 했다.
이 같은 공격에 김 비대위원장은 "노무현 정신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노무현 정신은 여기도, 저기도 대한민국이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정부 인사였던 자신의 전력에 대해 "(한국당과) 대척점이라고 하지 말고 서로 좋은 경쟁관계이자 보완하는 관계"라고 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1954년 경북 고령 출생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 등을 역임했다. 이어 2006년 교육부총리에 임명됐지만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이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 취힘 13일 만에 낙마했다. 이후 시민활동에 전념하던 그는 탄핵 직전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국무총리로 지명받았다 무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