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삼성 방문 앞두고 청와대와 갈등 '구걸 논란' / 은산분리 완화 두고도 시민사회 "재벌에 경제력 집중"
[매일일보 송병형 기자] 인도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난 이후 혁신성장과 재벌개혁이라는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들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당초 문재인 정부는 시민사회단체의 요구를 수용해 소득주도성장과 재벌개혁의 기치를 전면에 내걸었다. 하지만 정부 출범 1년 만에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과 실체가 드러나자 문재인 정부는 ‘포용적 성장’을 새로운 기치로 내걸었다. 포용적 성장은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포괄하고 있지만, 맥락을 짚어보면 혁신성장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혁신성장은 실상 이전 보수정권에서도 누차 강조했던 이야기다. 내용상 재벌개혁과 상충되는 부분도 많다. 이에 재벌개혁과 소득주도성장을 외쳐온 시민사회단체, 또 이런 시민사회단체 출신 청와대 경제라인들과 혁신성장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와의 갈등이 점차 노골화되는 모습이다.▮김동연 삼성에 투자구걸 논란김동연 부총리 겸 재정기획부 장관의 6일 삼성전자 방문을 앞두고 불거진 ‘투자구걸’ 논란은 대표적인 사례다. 김 부총리는 지난 3일 자신의 삼성전자 방문과 관련 “청와대에서 ‘재벌에 투자·고용을 구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를 김 부총리에게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례적으로 입장 자료를 냈다.김 부총리는 입장 자료에서 “정부는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대기업에 의지해 투자나 고용을 늘리려는 의도도, 계획도 전혀 없다”며 “정부는 우리 경제가 혁신을 통해 역동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시장 여건과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투자나 고용 계획에 대한 의사 결정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판단해 결정하는 것이다. 대기업은 4번 만났지만, 투자나 고용 계획에 대해 간섭한 적이 없다”고 했다.김 부총리는 지난해 말 LG그룹을 시작으로 현대차, SK, 신세계 총수를 잇달아 면담했고, 이들 4개 대기업들은 김 부총리와의 면담을 계기로 대규모 투자·고용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나 청와대에서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런데 김 부총리의 삼성전자 방문을 앞두고는 시민사회단체들이 재벌개혁 후퇴라며 문제를 제기했고, 청와대의 비판을 전하는 보도까지 나온 것. 이는 문 대통령이 인도에서 이 부회장에게 삼성의 투자를 당부하는 발언이 나온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후퇴 또는 경제정책의 우클릭이 아니냐는 시민사회단체의 우려와 반발이 작용했다는 이야기다.▮대통령 은산분리 추진에 물밑 갈등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은 은산분리 문제에서도 거세지고 있다. 혁신성장과 관련 문 대통령은 은산분리 완화가 답보 상태인 상황에 답답함을 토로했고, 이에 정부가 은산분리 완화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지만 시민사회의 반대는 완강하기만 하다. 7일 정부의 은산분리 완화 토론회에 맞서 시민사회와 금융노조가 맞불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정부 입장에서는 재벌대기업의 막대한 사내유보금을 투자로 전환하기 위해 은산분리 완화를 추진하는 것이지만, 시민사회에서는 천문학적인 예금이 재벌금고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반발하는 상황. 다만 은산분리 완화를 두고 벌어지는 힘겨루기는 정부로 무게추가 기울고 있다. 관련 입법을 추진할 국회 정무위원회의 후반기 원구성 과정에서 은산분리 완화 찬성론자가 주도권을 쥐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친문(친문재인) 핵심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는 김진표 민주당 당대표 후보도 은산분리 완화를 찬성하고, 홍영표 원내대표도 은산분리 완화 요구에 호응하고 있어 금융 부문에서는 혁신성장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