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이기는 정부 없다' 교훈 재확인
[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악화된 각종 경제지표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자 정부가 규제개혁을 추진하며 ‘친기업’ 행보를 추진하고 있다. 기업을 옥죄는 정책을 주로 펼쳐왔던 정부가 일자리와 투자 등 경제 전반에 있어 기존 정책의 한계를 절감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행보에 지지층인 진보진영은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어, 정부 정책방향 수정에 있어 이들의 반발이 관건일 전망이다.▮김동연 '반기업 정서' 정면돌파경제수장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일자리와 투자를 논의했다. 청와대와 여권 일각에서 유지해온 재벌개혁과 반기업 정서를 정면 돌파한 것이다. 삼성을 적폐청산 대상 기업으로 인식해온 현 정권에서는 ‘구걸’이라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김 부총리가 청와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현장방문을 추진하는 것은 ‘혁신성장’을 위한 발판이다. 그간 김 부총리는 경제활성화를 위해 시장과 기업의 역할을 강조해왔다. 김 부총리는 지난 3월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결국 시장과 기업”이라며 “대기업이 혁신성장의 중요한 축이라는 건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라고 했다. 김 부총리의 발언은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일자리 정책을 비판해왔던 보수의 주장과도 유사하다. 김 부총리와의 회동 이틀 후 삼성은 대규모 투자 고용 계획을 내놓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시작으로 친재계 모드로 방향을 전환했다.결국 ‘시장 이기는 정부 없다’는 교훈이 재확인 됐다는 평가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의 일환으로 추진한 최저임금 인상은 오히려 기존의 일자리를 감소시키고, 저소득층의 소득을 줄어들게 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일자리 상황이 녹록치 않아 문재인 정부가 ‘혁신성장’으로 중심축을 옮기며 ‘친기업·친시장’ 행보를 걷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창출 정책이 민간부문 일자리 창출 방향으로 선회했다는 것이다.▮기조 변화에 진보진영 거센 반발그러나 경제정책 기조 변화를 이어가기 위해선 현 정부 지지층인 진보진영 설득이 관건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인터넷 은행 은산분리 등 규제완화를 추진하자 문재인 정부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진보진영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셌다. 문재인 정부의 지지층의 상당수가 진보성향이라는 점에서 최근 규제완화 정책들이 이들에게 ‘친기업’ 행보와 ‘재벌개혁 후퇴’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던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이 규제개혁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보수야당들이 이를 환영하는 모습에 정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경제 투톱’으로 꼽히는 김 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간의 갈등설은 이미 오래전에 표면위에 떠올랐다. 지난 9일에는 장 실장이 활동했던 참여연대 출신인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이 SNS에 청와대와 정부의 갈등설을 제기하기도 했다.진보진영의 반발이 예상되는 수순에서,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지지층과의 충돌과 유사한 패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진보진영에서 반대했던 한미 FTA와 이라크 파병을 강행해 진보시민단체와 여권의 반발에 직면했고, 지지율은 바닥을 찍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반기업 정서를 완화하고, 규제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어 경제지표를 개선하기 위해선 현재 우군인 진보진영 설득이 최우선이다. 진보진영의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 우클릭을 중단할지, 혹은 현실과 타협하며 진보진영을 잘 설득해낼지가 경제 정책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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