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외환위기, 2009년 금융위기로 마이너스 고용 / 2019년 최저임금발 마이너스 고용 조짐
[매일일보 송병형 기자] 외환위기가 한국을 덮친 다음 해인 1998년 고용시장은 유례없는 참사를 맞았다. 취업자가 단 1993만8000명에 그치며 전년 2121만4000명에 비해 127만6000명이 줄어든 것. 이듬해부터 취업자가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10여년 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마이너스 고용’이 다시 찾아왔다. 2009년 취업자는 2368만8000명으로 전년(2377만5000명)보다 8만7000명이 줄었고 2010년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10년이 지나 2019년 또 다시 ‘마이너스 고용’ 시대가 올 전망이다. 한국 고용시장에 ‘10년 주기 징크스’가 만들어지고 있다.1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을 분석한 결과 올해 7월까지 취업자 증가폭은 10년 전인 글로벌 금융위기, 20여 년 전인 외환위기 당시와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외환위기가 한국을 덮친 1997년, 8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 30만명을 웃돌던 취업자 증가폭은 9월 20만8000명, 10월 15만명, 11월 8만6000명, 12월 1만4000명으로 급감하더니 1998년 1월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서 이듬해인 1999년 5월 17만9000명이 증가하며 마침내 마이너스 행진을 멈췄다.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온 2008년에도 마찬가지. 8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 24만3000명 늘었던 취업자 수는 9월 17만7000명, 10월 14만명, 11월 11만명 등 10만명대로 떨어지더니 12월 9000명을 기록, 1만명선마저 붕괴한 뒤 다음해 1월 들어 ‘마이너스 고용’에 들어섰다. 이후 2009년 내내 마이너스 고용시대를 이어가다 2010년 2월에 들어서야 증가세로 돌아섰다.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 모두 취업자 증가폭이 10만명 안팎을 이어가다 1만명 안팎으로 줄어든 뒤 마이너스 행진에 들어선 것인데 올해 역시 이 같은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1월까지 30만명대를 유지하던 취업자 증가폭은 2월부터 6월까지 10만명 안팎을 넘나들더니 7월에 5000명으로 뚝 떨어졌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내년 ‘마이너스 고용’이 10년 만에 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현재의 고용위기는 제조업 구조조정에 더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의 결과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2월부터 5개월 연속 취업자 수가 10만명 안팎에 그쳤고, 7월 들어서는 주52시간 근무 시행과 최저임금위원회의 내년도 최저임금(8350원) 결정이 나오자 5000명으로 급감하는 사태를 낳았다는 것. 실제 6월과 7월 제조업 분야 취업자 감소치는 12만명 대로 차이가 없었지만 최저임금과 주52시간 근무의 영향이 큰 도소매·숙박음식업·시설관리·임대서비스업 등에서는 한 달 만에 큰 폭의 감소가 나타났다. 도소매·숙박음식업은 6월 3만1000명 감소에서 7월 8만명 감소로 확대됐고, 시설관리·임대서비스업 역시 6월 4만6000명 감소에서 7월 10만1000명 감소로 감소폭이 크게 늘었다. 이는 내년 1월부터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오르고 동시에 주52시간 근무 처벌 유예가 사라질 경우 ‘마이너스 고용’ 시대가 시작될 것이란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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