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익없으면 ‘탈퇴’ 초강수…양자에서 다자로 지각변동
[매일일보 황병준 기자] 2차 세계 대전 이후 국가 무역관계의 근간을 이루고 있던 GATT에 이어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국제 무역체제가 다자중심으로 형성됐지만 최근 세계 각국이 자국 이익을 최우선 기치로 내걸면서 무역질서가 ‘양자중심’으로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
세계 무역질서 재편이 기류의 중심에는 세계 경제 대국 이른바 ‘G2’인 미국과 중국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미중이 무역 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도널드 미국 대통령이 세계무역기구(WTO)탈퇴를 가능성을 내비치며 무역공동체를 흔들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그들(WTO)이 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나는 WTO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이 자국보호 무역주의를 천명하면서 중국은 고율관세로 인한 피해를 WTO에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중국은 자유무역과 다자주의 체제를 수호함과 동시에 합법적 권익 수호를 위해 WTO 분쟁조정기구에 문제를 제기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정부는 다자구도에서 미국의 역할보다 양자 협상을 통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는 것이다.
◇美 ‘자국 이익 최우선’
미국은 트럼프 체제 출범 이후 자국의 실리를 최우선으로 판단했다. 미국은 지난 달 27일 멕시코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캐나다와도 무역협정을 진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 등 북미 3개국이 지난 1994년 발효한 나프타가 미국의 일자리를 없애고 무역적자를 안기는 최악의 협정이라고 밝히며 폐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멕시코와 협정을 체결하는데 성공한 미국은 발 빠르게 캐나다와의 협상을 시작했지만 아직 합의점을 찾는 데는 실패했다.
트럼프는 캐나다와의 협상에서 실패하면 캐나다를 제외하고 멕시코와 양자간 협정으로 나프타를 폐기하고 새로운 미국과 멕시코의 자유무역협정으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프타는 일찍이 체결된 무역 협상 가운데 최악의 협상 중 하다다, 미국은 수천 개 기업과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잃었다”며 “우리는 나프타 이전에 훨씬 더 잘 살았다, 결코 체결됐으면 안됐다”고 비난을 쏘아 붙였다.
트럼프는 캐나다와 협상에서 유리한 포석을 차지하기 위해, ‘양보 불가’ 무조건 적인 강행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車관세, 북미 넘어 EU로
미국은 세계 각국과 양자협정을 통해 무역 수지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멕시코를 시작으로 EU와 일본, 한국 등에도 자동차 관세 부과 카드로 밀어 붙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자동차 고율 관세와 합의 카드를 내밀면서 멕시코는 관세를 피하는 쪽으로 선택한 것이다. 이러한 협상의 화살은 캐나다로 향했다.
또한 협상의 테이블은 북미를 넘어 EU의 자동차 관세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일본과도 양자 무역협정을 요구하고 있다. 취임 직후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서 탈퇴한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11개국과 체결한 TPP활동을 유지하며 미국에 요구에 저항하고 있는 모습이다.
모테키도시미쓰 일본 경제재생담당상은 지난달 초 미국 로버트 라이트 하이저 USTR 대표를 만난 뒤 “논의가 계속될 것이고, 개별적으로 깊이 있게 논의될 분야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에 지난 3월 미국과 합의했으나 관세 우려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 기치로 내걸면서 다자구도 보다는 양자구도를 통해 미국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