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서울 인사동 갤러리그림손이 9월 12일 부터 18일 까지 홍기성 개인전' Marcel Moth 마르셀 모스'를 개최한다.홍기성 작가는 평소 인류학자 마르셀 모스(Marcel Mauss)의 주저 증여론에 관심을 갖고 그 내용을 현실에서 구현하고자 여러 사람들에게 꽃을 선물하고 시간이 지난 뒤 시든 꽃을 돌려받아 작품의 재료로 사용해왔다.작품에는 풀 한포기 자랄 것 같지 않은 메마른 하얀 돌가루 위에 찬웃음을 짓는 검은 나무가 서있다. 불이 지나간 뒤 눈이 온 듯 무정함까지 느껴지는 나무들 사이에서 간간이 벌레 날갯짓소리가 들려온다. 마치 모든 것이 정지된 북쪽 눈의 나라 같은 풍경은 이번 갤러리 그림손에서 열리는 홍기성의 개인전 ‘Marcel Moth(마르셀 모스)’의 전시 모습이다.그러던 중 뜻하지 않게 두 눈의 시력을 잃게 되고 절망을 경험하게 된다. 작가는 시든 꽃처럼 생기 없이 메말라가는 일상을 보내던 중 어느 날 꽃을 모아둔 상자 속 새로운 생명들을 만나게 된다. 작가의 지인들은 나방과 애벌레들이 가득 찬 작업실을 보며 나무라지만 작가는 오히려 태연하게 말한다. “어차피 눈이 보이지 않아 저것이 나비인지, 나방인지 알 수 없어요. 적적했는데 잘됐죠. 그건 그렇고 당신은 나비와 나방을 구별 할 수 있나요?” 겨울이 찾아와 날갯짓을 다하고 편히 잠든 나방을 바라보며 그는 마르셀 모스(Marcel Mauss)의 이름을 따 마르셀 모스(Marcel Moth)라 부르게 된다. 그리고 마르셀 모스가 남긴 흔적을 불에 태워 재를 만들어 그가 조금이나마 시력을 찾아가는데 안식처가 되어준 숲속을 깎고 그려 나가기 시작한다.홍기성 작가는 자신이 경험했던 비극과 시들고 썩어가는 꽃잎, 그것을 갉아먹고 살아가는 나방의 모습을 통해 자연의 불규칙성 앞에 모든 실재는 의존과 연속, 상대적 의미를 갖는다는 점을 발견하고 자연을 타자화한 자신과 인간사회의 오만과 무지, 허위를 깨달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