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나현 박규리 기자]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청와대 업무추진비를 폭로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심 의원이 유출한 자료가 국가안보에 위협을 가하는 행위라는 점을 부각하고 나섰다. 이번 논란이 업무추진비에만 집중돼 있어 ‘국가기밀 탈취’라는 사안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1일 여당 지도부들은 비인가 행정정보 무단유출 논란을 받는 심 의원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심 의원의 행동이 명확한 위법행위라는 점을 강조하며 사퇴를 요구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심 의원의 행위 자체는 법적으로 위법한 행위”라면서 “여러 가지 법률을 위반했기 때문에 국회의원 배지를 반납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자료를 반납하고 사과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번 사건의 초점을 업무추진비가 아닌 ‘국가기밀자료유출’에 맞춰야 한다고 거들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심 의원은 청와대 업무추진비 내역을 부각시키면서 국가기밀자료 유출 행위라는 본질을 감추려고 하고 있다”면서 “심 의원은 국가 안보에 치명타가 될 기밀자료를 무수히 많이 빼돌렸다”고 했다. 이어 “특히 대통령 경호처에 통신장비를 공급하는 업체 정보까지 확보했다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범죄”라면서 “대통령 신변보호를 위한 통신내용과 경호계획이 통째로 해킹당할 수 있다. 이것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반국가행위나 다름없다”고 했다.
정부도 심 의원실을 통해 유출된 재정정보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범죄행위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날 기획재정부는 대변인을 통해 “심 의원실은 업무추진비를 문제 삼지만, 그 외에 통일·외교·치안·보안 등 국가 주요 인프라 관련 내용이 노출된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 자료가 잘못 활용되거나 제3자에게 누출된다면 국가 안위가 우려된다”고 했다. 정부는 심 의원실이 다운로드한 자료에 △청와대 통신장비 업체 △남북정상회담 식자제 구입 업체 △해양경찰청 합정 관련 지출 등의 정보가 포함됐다고 전했다. 이날 기재부는 감사원에 대통령 비서실을 포함한 52개 중앙행정기관의 업무추진비와 관련한 감사를 스스로 청구하기도 했다. 이번 논란과 관련 정부 업무추진비의 투명한 사용을 검증받으려는 조치다.
당정청이 심 의원의 국가기밀 유출에 초점을 맞춰 공세를 펴는 가운데 민주당은 이를 국정감사(국감) 일정과 연계시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심 의원의 소속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 사퇴를 요구하며, 국정감사 일정 합의를 거부하고 있는 것. 국감에서 소득주도성장 등 정부의 경제실정을 비판하려던 한국당 등 보수야당으로서는 악재다. 이날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도 심 의원의 사건을 둘러싼 여야 갈등으로 열리지 못했다. 이에 한국당은 국감 일정 합의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당 기재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은 심 의원이 기재위원직을 사임해야 한다면서 지난달 28일부터 국정감사 일정 협의를 전면 거부하고 있다. 여당은 국정감사 거부 꼼수를 즉각 중단하고 국정감사 일정 협의에 적극 나서라”고 요구했다.